한·미 양국이 북한의 핵 공격 시나리오를 가정한 합동 군사훈련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북한의 핵 위협 고조라는 현실적 상황을 반영해 대북 억제력을 높이기 위한 실질적 조처를 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펜타곤에서 제56차 한·미 안보협의회(SCM)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2016년 48차 SCM 때부터 공동성명에 담겼던 ‘북한 비핵화’ 문구는 빠졌다.
한·미는 성명에서 “한반도의 급변하는 안보 환경에 맞춰 합동 훈련을 계속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향후 훈련에 북한 핵 사용 시 대응을 담은 현실적인 시나리오가 포함돼야 한다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또 “주한미군에 훈련 기회를 보장하는 게 강력한 연합 방위 태세를 유지하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한·미는 “북한이 미국과 동맹 및 파트너에 대해 핵 공격을 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핵 공격 시) 김정은 정권은 종말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 핵 공격 대응 시나리오는 이르면 내년 상반기 한·미 연합 군사연습 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는 또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지목하며 “북·러 간 군사 협력이 실질적 파병까지 이어진 점을 가장 강력히 규탄한다. 북·러 군사 협력이 역내 불안정을 심화한다는 점에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불법 무기 거래와 첨단 기술 이전을 포함한 북·러 간 군사 협력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따른 명백한 위반임을 분명히 했다”며 “러시아에 결의안을 지킬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양국은 특히 성명에서 “북한의 핵 위협을 억제하는 노력을 계속 조율하며 핵 개발을 단념시키고 지연시키기로 합의했다”고 언급했다. 최근 북한의 핵 능력이 고도화한 현실을 반영해 ‘비핵화’ 문구를 빼고 ‘핵 위협 억제’를 담아 대북 확장억제력 강화에 방점을 둔 것으로 분석된다. 한 외교 소식통은 통화에서 “현실적으로 핵 억제력 강화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이해한다”며 “미국이 완전한 비핵화를 포기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파병으로 인한 모든 책임은 김정은에게 있다”며 “가능한 범위 내에서 국제사회와의 연대를 통해 단계적으로 지원이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우리 군 파병 가능성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선을 그었다.
박준상 기자 junwit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