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방송·문화] “유아인과 비교? 새로운 도전일 뿐 후회 없어”

입력 2024-11-01 02:42
김성철

갑자기 시작된 알 수 없는 존재의 죽음 예고와 괴수들의 무자비한 폭력, 그리고 이어지는 살인. 아무도 이유를 모르는 이 현상에 ‘죄지은 자에 대한 지옥행 고지’란 해석을 덧붙여 권력을 얻었던 정진수. 3년 만에 돌아온 ‘지옥’ 시즌2는 지옥에서 돌아온 정진수와 그의 죽음 이후 8년이 지난 사이 더 끔찍한 지옥이 돼버린 현실과 한층 치열해진 사상 대립을 그렸다.

지옥행 고지가 시작된 후 사람들을 끝 모를 디스토피아로 밀어 넣어버린 정진수는 사상 싸움에 시동을 건 장본인이다. ‘지옥’ 세계관에서 가장 나약하고 이기적인 인물 중 하나이면서 중요한 인물이다. 시즌1에선 유아인이 연기했지만, 마약 투약 혐의로 하차하면서 시즌2에선 김성철이 그 자리를 메웠다.

누군가 이미 견고하게 쌓아놓은 성을 일부 무너뜨리고 나만의 성으로 다시 잘 짓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정진수는 ‘지옥’ 세계관의 시작을 알린 인물이라 시청자의 머릿속에 남은 이전의 이미지를 대체하기란 더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김성철은 이조차 하나의 도전이었을 뿐이고, 어려움을 알고도 뛰어들 만큼 정진수란 인물이 매력적이었다고 했다.

지난 3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성철은 “정진수는 정말 매력 있는 캐릭터다. 쉽게 말하면 사이비 교주인데, 그렇지 않다. 엄청난 통치자다”라며 “힘이 아니라 생각으로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건 아주 매력적이다. 앞으로 연기하며 이런 캐릭터를 또 맡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아인과의) 비교는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촬영하기 전부터 이미 각오했고, 티모시 샬라메, 양조위가 와서 연기하더라도 비교당했을 거다. 저는 (선택에) 후회 없다”고 덧붙였다.

매력적인 캐릭터를 처음부터 해석하고 연기할 수 없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었을까. 김성철은 이 같은 질문에 “시즌1에서 만들어놓은 모델이 있었다고 해서 해석할 여지가 없지는 않았다”며 “시즌1에서의 해석도 매우 신선했지만, 제 해석은 또 달랐다. (캐릭터를 구축하며) 원작을 많이 참고했고, 그걸 충실히 이행했다”고 답했다. 김성철은 정진수를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다른 사람들이 아는 걸 두려워한 겁쟁이’라고 표현했다.


정진수는 죽음 이후 8년간 지옥을 경험하며 많은 변화를 겪는다. 시즌1의 정진수가 비범한 사이비 종교의 교주 같았다면, 시즌2의 정진수는 삶의 의욕을 잃고 눈동자가 텅 비어있는 인물이다. 김성철은 “정진수는 시연 후 ‘해체된 인물’이라 해석했다. 8년 동안 끝없이 사지가 절단되는 걸 견디면 누구든 인격이 없어질 것”이라며 “정진수가 부활한 뒤 산을 걸어갈 때의 그 공허한 눈이 제가 추구한 정진수의 모습이었다”고 설명했다. 그 모습을 외관으로도 보여주기 위해 8㎏을 감량했다.

김성철은 이번 작품을 통해 얻고 싶었던 게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냥 또 하나의 캐릭터 혹은 새로운 도전”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청자를) 얼마나 많이 설득했는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그래도 재밌었다”고 웃었다.

올해 영화부터 드라마, 뮤지컬까지 종횡무진한 김성철은 끊임없이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하며 자신이 해낼 수 있는 영역을 넓혀가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는 “배우는 신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작품을 했을 때 ‘이번엔 뭘 한 거야?’하고 궁금해지는 배우이고 싶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