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5년 한국 PC통신의 관문을 연 천리안이 31일 영업을 종료했다. 이로써 하이텔, 나우누리에 이어 1세대 PC통신의 명맥을 간신히 잇던 모든 업체가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31일 천리안 운영사 미디어로그는 홈페이지(사진)에 “함께 했던 포털 서비스들이 하나둘 영업을 종료하는 상황에서도 서비스를 지속하고자 노력했으나, 사업 환경 변화에 따라 양질의 서비스를 유지하기 어려워졌다”며 서비스 종료 이유를 밝혔다.
천리안은 지금처럼 초고속 인터넷이 보편적이지 않았던 1980~1990년대 젊은 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통신 수단이다. 온라인 자료실, 동호회 기능 등 오늘날 소셜미디어(SNS) 역할을 하던 통로였다.
PC통신은 유료 서비스였음에도 1994년에는 20만명, 1997년에는 1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며 시대를 풍미했다. 당시 ‘요금 폭탄’을 줄이기 위해 고안된 PC통신용 줄임말 ‘방가방가(안녕하세요)’ ‘중딩(중학생)’ ‘담탱(담임선생님)’ 등은 현재까지도 살아남아 쓰이는 은어다.
그러나 천리안은 1999년 초고속 인터넷이 활성화되며 점차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많은 PC통신 업체들이 온라인 포털 사이트로 전환해 운영했으나 네이버·다음 등 거대 포털에 밀리며 제대로 수익을 내지 못했다. 10월 말 현재 천리안의 국내 검색포털 시장 점유율은 야후(0.07%)에조차 밀리는 수준으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미디어로그는 “천리안은 보내주신 사랑 덕분에 과거 PC통신의 시절부터 현재까지 그 이름을 이어올 수 있었다”며 “그동안 천리안 서비스를 이용해주신 모든 고객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