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네마 토크서 소그룹 묵상하듯 주인공들 삶 풀어내

입력 2024-11-01 03:01
크리스천 배우인 이석준(왼쪽) 추상미(오른쪽)씨가 최근 서울 서대문구 필름포럼에서 열린 시네마토크에서 영화 ‘프로이트의 라스트 세션’에 대한 감상을 관객들과 나누고 있다.

무신론자이자 세계적인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와 기독교 변증가인 C S 루이스 옥스퍼드대 교수 간 가상의 만남을 그린 영화 ‘프로이트의 라스트 세션’(감독 맷 브라운). 최근 서울 서대문구 필름포럼에서 ‘제21회 서울국제사랑영화제’의 폐막작으로 상영된 이 영화의 크레디트가 올라가자 스태프들은 스크린 앞에 테이블과 의자를 세팅했다.

잠시 후 관객들 앞으로 두 사람이 등장했다. 2020년 초연된 연극 라스트 세션에서 C S 루이스 역을 맡았던 배우 이석준과 지난해 그와 함께 C S 루이스의 ‘스크루테이프의 편지’를 연극으로 공동 제작한 추상미 감독이었다.

“프로이트는 ‘그렇게 선하다는 하나님이 왜 인간을 고통의 궁지로 몰아세우느냐’고 추궁하고 루이스는 ‘죄악으로 물든 인간이 신을 찾아야만 하는 이유를 알게 해주는 것이 고통’이라고 반박하며 격렬한 논쟁이 이어지죠. 저는 영화 ‘밀양’이 떠올랐어요. 자기 의지가 아닌 어떤 고통의 문제들에 대해 그 이유를 찾고 싶은 거죠.”(추상미)

“루이스 역을 맡아 연극 무대에 서면서 관객을 바라보고 ‘하나님은 살아계십니다’라고 외칠 수 있었습니다. 대학로에서 비기독교 연극을 하면서 말이죠. 예술을 시대적 메시지 통로로 쓰시는 하나님을 느꼈습니다.(이석준)

이날 두 사람은 ‘시네마 토크’란 이름으로 관객들과 1시간여 소통하며 인상 깊었던 장면과 그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크리스천으로서의 지향점을 소그룹 묵상하듯 풀어냈다. 추상미는 영화 속 격한 논쟁을 펼치면서도 상대의 신념을 꺾지 않고 서로의 세계관을 존중하며 조심스레 대화를 마무리하는 두 주인공의 모습을 크리스천의 일상에 비춰 설명했다. 그는 “일상에서 믿음 없는 사람들이 때로 격렬하게 비난하며 질문을 퍼부을 때 크리스천으로서 어떤 태도로 응대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반성하며 작품을 봤다”고 고백했다.

시네마 토크에 세 번째 참석한다는 관람객 윤현주(42)씨는 “모태신앙 크리스천으로 살아오면서 신앙 공동체에서 QT 묵상집, 종교 서적, 봉사 참여 등 다양한 방식으로 모임에 참여해 봤는데 영화를 도구로 대화를 나누는 건 보다 수용적으로 의견을 주고받게 되고 오래 기억에 남는 게 장점”이라고 했다.

이처럼 묵상의 주요 도구로 영화를 활용하는 공동체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독립영화관에서 상영작을 관람한 뒤 문화사역 전문가와 함께 모임을 갖기도 하고, 지역교회로 전문가를 초청해 다양한 영화를 주제로 자신의 신앙을 돌아보기도 한다.

필름포럼 대표 성현 목사는 31일 “잘 알려진 기독교 영화나 기독교영화제에서 선정한 상영작들을 활용해보는 게 좋다”고 제안했다. 시네마 묵상을 위한 주의점도 전했다. 그는 “영화 ‘파묘’로 예를 들면 무당 영화니까 보지 말자는 식의 접근이 아니라 ‘오컬트 영화’가 높은 관심을 받은 배경을 토론하며 크리스천으로서 시대를 분별해보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글·사진=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