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대표가 30일 “국민의힘은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라며 김건희 여사와 연결된 문제들을 11월 안에 매듭지어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윤석열정부 임기 후반기 개혁 과제를 완수하고 정권 재창출을 하려면 다음 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및 위증교사 혐의에 대한 1심 선고가 나기 이전 김 여사 문제를 털고 가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피력한 것이다. 당내 갈등의 도화선이 된 특별감찰관 추천 문제에 대해서도 “특별감찰관은 관철돼야 하고 그렇게 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 대표는 이날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연금·의료·교육·노동 등 정부의 4대 개혁 과제를 거론하면서 “이런 개혁의 성과와 과제가 몇몇 상황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과 우려에 가려져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드러난 문제들을 비롯해 국민이 우려하는 지점들에 대해 과감하고 선제적으로 해결책을 제시하고 관철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개혁의 동력을 키우기 위해 11월에 매듭지어야 할 게 있다”며 여·야·의·정 협의체를 통한 의·정 갈등 해소와 김 여사 리스크 해결을 꼽았다. 특히 김 여사 문제를 두고 “다들 다가올 폭풍을 염려한다. 모두가 무엇이 문제인지를 알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알지만 누구도 문제 해결에 선뜻 나서려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는) 국민을 위한 싸움이라면 주저하거나 몸 사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실과 대척점에 서게 되더라도 김 여사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한 대표는 이날 40분가량의 기자회견에서 ‘민심’을 18차례나 언급했다. 그는 다만 “대통령실도 변화의 길로 가고 있다고 본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길을 찾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을 것”이라며 대통령실을 향한 직접적인 공격은 자제했다.
한 대표는 또 “특별감찰관은 권력을 감시하고 권력의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는 기관이고, 지금 그런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국민의힘이 그것조차 머뭇거린다면 ‘정말 민심을 알긴 아는 거야’라는 생각을 (국민이) 하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내 친윤(친윤석열)계의 반발과 야당의 미온적 반응에도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를 진행시키겠다는 뜻을 재확인한 것이다.
한 대표 체제 100일에 대해 당 안팎에서는 ‘대통령실과의 차별화에는 성과를 냈지만 정책적 측면의 결과물은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친윤계 중진의원은 “한 대표가 당대표가 된 뒤 대통령과 각을 세우며 자기 정치를 한 것 외에 무슨 일을 했느냐”고 꼬집었다. 친한(친한동훈)계 인사들은 “아직 성과가 적은 건 대통령실의 비협조 탓”이라고 화살을 돌렸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변화에 시동은 걸었지만 대통령의 변화를 끌어내지 못한 게 한 대표 리더십의 한계”라며 “대통령과 당내 인사들을 설득해 실질적 변화를 보여주는 게 과제”라고 말했다.
이종선 정우진 이강민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