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n번방 주범’ 징역 10년… “열등감 변태적으로 표출”

입력 2024-10-31 01:34
서울대 동문·지인 상대로 디지털 성범죄를 벌인 피의자 박모(40)씨가 검거되고 있다. 서울경찰청 제공

대학 동문 등의 사진으로 허위 음란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른바 ‘서울대 n번방’ 주범이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1부(재판장 박준석)는 30일 성폭력처벌법 위반(허위 영상물 편집·반포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모(40)씨에게 “참회는 너무 늦었고 피해자들 피해 회복도 어렵다”며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검찰 구형과 같은 형량이다. 검찰이 6년을 구형했던 공범 강모(31)씨는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국내 최고 지성이 모인 대학교에서 동문을 상대로 ‘지인 능욕’ 디지털 성범죄를 저질렀다”며 “사냥감을 선택하듯 피해자를 선정해 장기간 성적 모욕으로 인격을 말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잘나가는 여성에 대한 열등감·증오심을 텔레그램의 익명성과 집단 분위기에 취해 변태적으로 표출하면서 사법체계를 조롱했다”며 “피해자들은 인간관계 자체에 환멸을 느끼고 일상적 사진도 올리지 못하는 등 끝없는 불안 속에 살아가야 한다”고 했다. 다만 강씨에 대해선 “범행 횟수·기간이 박씨보다 짧고 범행을 인정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박씨는 법정을 빠져나가면서 피해자 가족 등이 있는 방청석을 향해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피해자 측 변호사는 “딥페이크 범죄가 엄단돼야 함을 확인하고 중형을 선고한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졸업생 박씨와 서울대 로스쿨 졸업생 강씨는 여성 수십 명의 사진을 딥페이크 기술로 불법 합성한 음란물 100여건을 제작하고 텔레그램으로 1700여건을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확인된 피해자만 61명이며 그중 서울대 동문은 12명이다.

양한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