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우정(사진) 검찰총장은 30일 “이제 한 국가 단독으로 마약범죄를 파악하고 그 원인을 끊어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며 “함께 마약 범죄조직을 무너뜨려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마약범죄 대응 국제 공조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베트남·말레이시아·캄보디아에도 마약 수사관을 파견하기로 했다.
심 총장은 이날 제주도에서 열린 제31차 마약류퇴치국제협력회의(ADLOMICO·아드로미코)에서 “각국에서 모인 마약범죄 전문가들이 귀한 경험과 지식을 나누고, 손을 맞잡는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 회의에는 유엔마약범죄사무소(UNODC) 등 6개 국제기구와 북미·아시아태평양·유럽 등 28개국, 경찰청·관세청 등 국내 14개 유관기관에서 250여명이 참석했다. 아드로미코는 검찰이 1989년 마약범죄 공동 대응을 위해 창설한 국제회의다.
참석자들은 각국 마약류 현황과 주요 수사사례 등을 공유하고 효과적인 공동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검찰은 다른 국가 마약 단속기관과의 ‘수사관 상호파견제도’를 기존에 운영하던 태국뿐만 아니라 베트남·말레이시아·캄보디아로 확대하기로 했다.
앞서 검찰은 태국 마약청과의 공조수사를 통해 태국에서 국내로 필로폰을 밀반입시킨 한국인 마약발송책 2명을 현지에서 검거해 지난 23일 국내로 강제송환했다. 수사 착수 1개월 만의 성과로, 한국과 태국이 2019년부터 구축한 공조시스템이 핵심적 역할을 했다. 태국 마약청에 파견돼 현지 상주하는 검찰 수사관은 국내에서 확보된 피의자 정보를 토대로 현지 CCTV 분석 등을 거쳐 피의자의 현지 거주지를 파악하고 붙잡았다. 검찰은 원점타격형 국제공조시스템을 통해 지난 4월에도 태국 현지에서 헤로인 22㎏을 사전적발하고 발송책을 검거했다.
심 총장은 “세계 각국으로 유입된 마약은 거미줄 같은 유통망을 따라 곳곳으로 침투해 가족과 이웃, 공동체를 무너뜨리고 있다”며 “검찰은 효율적인 마약 통제를 위해 각종 제도와 수사기법을 개발하고 신속한 국제공조수사를 위한 협력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