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수의 기쁨 주신 하나님께 감사 노래해요”

입력 2024-10-31 03:03
농어촌 목사합창단원들이 29일 서울 영락교회 선교관에서 열린 ‘제16회 정기발표회’에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서울 중구 영락교회(김운성 목사) 선교관이 가을 들녘을 닮은 농촌 마을로 변신했다. 29일 오후 찾은 이곳엔 충북 충주 배추, 경북 안동 사과, 전남 구례 단감, 충남 서천 호박, 전남 해남 미역 등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특산물이 강대상 앞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어제까지 들깨기름 짜다 왔지요. 오늘 무 배추 고추를 차에 싣고 왔는데 수확하다 보니 전원에서 마을 어르신들과 함께 보낸 23년이 주마등처럼 떠오르더라고요. 흙 살리며 영혼 살리고 동네를 변화시키는 동안 하나님께서 농촌으로 보낸 이유를 가슴으로 새기고 확인했어요.”(한석봉·60·충주전원성결교회)

한 목사를 비롯해 전국에서 상경한 목회자 40여명이 이곳 강대상을 농촌 들녘처럼 꾸민 건 올해 16회째를 맞은 농어촌 목사합창단(지휘 박찬일) 정기발표회를 위해서다. 교단·교파를 초월해 농어촌교회에서 사역하는 목회자들이 단원으로 참여하는 합창단은 2010년 창단 이래 2개월마다 연습 모임을 가지며 서로의 사역을 응원해 왔다.

3년차 단원 조성민(66·밀양 귀명교회) 목사는 “농어촌 지역에 머물다보면 강단이 무너지지 않고 교회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기적 같은 순간이 태반”이라며 “사역할 때는 더러 ‘외로운 섬’ 같은 느낌도 들지만 연습하러 모이는 날엔 서로의 기운을 주고받는다”며 웃었다.

‘한국농선회(회장 김기중 목사) 농어촌선교의 밤’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발표회는 단원들이 갈고 닦은 하모니를 추수의 기쁨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의 마음을 담아 선보이는 무대다.

푸른색 높은음자리가 새겨진 티셔츠에 청바지를 맞춰 입은 합창단이 ‘거룩 거룩 거룩’ ‘구주 예수 의지함이’ ‘섬집 아기’ 등 6곡을 부르자 현장을 가득 채운 관객의 환호와 갈채가 이어졌다. 특히 한 목사의 장구 연주에 맞춰 ‘예수님이 좋은 걸’을 찬양할 땐 합창단과 관객이 어깨를 들썩이고 “얼쑤”를 외치며 흥을 더하기도 했다.

이날 14년간의 단원 생활을 마무리하며 마지막 무대에 오른 장홍성(70·어불도소망교회) 목사는 전날 전남 해남을 출발해 서울로 올라와 발표회를 준비했다. 장 목사는 “전국 팔도에서 모인 단원들과 찬양으로 입 맞추는 날이 목회 여정의 큰 낙이었다”며 “농어촌 지역 목회자들이 어느 곳에서 사역하든지 함께 용기를 불어넣어 줄 영적 동지들이 있다는 걸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기중 회장은 “농어촌 사역 현장의 회복은 한국교회 회복의 중요한 축”이라며 “언제나 복음과 십자가의 지게를 지고 바르게 목회하는 농어촌 목회자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요청했다.

글·사진=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