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국정감사가 끝나자마자 내년도 예산안을 또 하나의 정쟁 도구로 삼으려 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관련 예산을 집중 삭감하고, 이재명 대표의 주요 공약인 지역 화폐 예산 등을 늘리려는 것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31일 공청회를 시작으로 다음 달 7일부터 정부 부처를 상대로 정책질의에 나서는 등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본격 심의에 들어간다. 이에 민주당은 정책위원회 주도로 각 상임위원회가 현미경 심사에 돌입했다고 한다. 특히 윤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에서 나온 정책 예산 최대 30조원과 마음 건강 지원사업 7892억원과 개 식용 종식 관련 3500억원 등 김 여사 관련 예산이 중점 삭감 대상으로 꼽힌다. 이는 예산 심의가 열리기도 전에 미리 삭감 대상을 정해 놓은 표적 심의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대신 지역 화폐 발행 예산 2조원과 재생에너지 고속도로 기반 확충 등 이재명 대표 관련 예산을 증액하겠다는 계획이다.
예산안은 국민의 세금을 기반으로 편성된 것으로, 여야의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좌우돼서는 안 된다. 다수당인 제1 야당이 제멋대로 예산을 조정함으로써 공정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위험도 크다. 예산안은 본래 국민 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된 사안이므로, 다수당이라고 해서 민생 예산을 정치적 목적에 따라 재단하는 것은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다.
특히 민주당이 윤 대통령이 전국을 돌며 약속한 예산을 ‘선심성’으로 낙인찍고 이를 삭감하려는 건 도를 넘은 국정 방해행위 아닌가. 야당이 정부 예산의 낭비를 막는 노력은 중요하나, 정부 정책 예산은 멋대로 칼질하고 자기 당 대표 정책 예산을 늘리려는 건 몰염치다. 이런 식이라면 다음 달 중순 위증교사 등의 혐의 관련 1심 선고를 앞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피해가기 위한 시선 돌리기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예산안을 정쟁의 도구로 삼지 않고 민생을 헤아리는 책임 있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