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비천에 처할 줄도 알고 풍부에 처할 줄도 알아 모든 일 곧 배부름과 배고픔과 풍부와 궁핍에도 처할 줄 아는 일체의 비결을 배웠노라.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빌 4:12~13)
교도소 수형자는 자유만 잃는 게 아니다. 인간관계를 비롯해 명예와 재산 등 많은 걸 잃는다. 어떤 사람은 그 상황에서 비로소 욕망으로 살아왔던 자신을 성찰하게 된다. 심령이 가난해지면 천국 복음이 들리게 된다. 교도소는 영적으로 보면 누군가에게는 지옥이고 또 누군가에게는 천국이 되는 대반전의 장소다.
아쉬운 점은 적잖은 출소자들이 교도소에 다시 들어온다는 사실이다. 많은 분이 교정 선교에 관심을 가져 주시지만 출소자들을 지역사회에서까지 돌보는 교회나 단체는 드물다.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다. 출소자를 돌보는 일은 자칫 크고 작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체계적으로 준비된 단체가 출소자 선교와 돌봄을 감당해야 하는 이유다. 교회는 이런 선교단체를 응원하고 지원하면 된다.
출소자들을 위해 2013년 한 선교단체를 세웠다. 교도소 수형자를 교화하는 교도관이 출소자까지 돌본다는 일이 과욕이 아닌가도 생각했지만 그 절실함을 알기에 멈출 수 없었다. 하지만 우범 아동이나 청소년이 아닌 성인 출소자를 돕는 사역은 그 어떤 기업이나 국가재단도, 심지어 교회도 돕는 곳이 거의 없다. 성인 범죄자는 비호감과 거부감의 대상일 뿐이다.
출소자들을 포기하는 건 곧 우리 아이들과 연약한 여성들을 포기하는 일과 같다. 그 어떤 사람도 형벌과 훈육으로 변화되지 않는다. 강력한 통제 이상으로 그들이 바로 설 수 있도록 조건 없는 사랑과 복음으로 이끄는 이웃이 있어야 한다.
10여년 전 큰 기업 한 곳이 직접 출소자 쉼터를 운영하겠다고 나섰다. 그런데 재정이 풍부하니 오히려 사역자들 간에 갈등이 생기고 부작용이 발생했다. 선한 사업도 부유해지면 자칫 초심을 잃고 흔들릴 수 있다. 이후 출소자 선교에 뜻이 있는 사람들이 다시 모인 뒤 출소자 선교단체를 재결집했다. 자비량으로 운영하자 한 기독 재단이 최소한으로 필요한 재정을 지원했고 지금 단체는 여러 직능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다.
선교단체는 오늘 말씀처럼 사도 바울의 비결을 계승, 실천해야 한다.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비천에 처할지라도 비굴하거나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풍부에 처할지라도 교만해져선 안 된다.
<약력> △소망교도소 소장 △교정선교단체 ‘코사코리아’ ‘국제교도협회’ 설립자 △굿라이프선교회 이사 △한국청년마약퇴치운동협의회 이사 △전 법무부교정기독선교연합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