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회사 중역 간부와 향후 5개년 장기 전략을 수립했다. 회사의 급성장을 경험한 다음이었기 때문에 5년 후 계획을 매출액 1억5000만 달러, 이익률 30%라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세부적인 전략 수립 없이 계획에 근거해 회사 자본을 지출하기 시작했다. 당시는 인터넷사업의 버블로 회사들이 비정상적으로 성장하고 있을 때였다. 하지만 야심에 찬 계획은 새 천 년이 시작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아 벽에 부딪혔다. 계획했던 매출 희망은 보이지 않고 지출만 늘어나기 시작했다. 5개월이 지나자 누적된 적자는 100만 달러에 이르렀다. 은행의 신용 대출 액의 한계치에 도달했다. 불과 5개월 전인 99년 말까지 100만 달러 보너스를 직원들에게 지급했던 상황과는 사뭇 다른 최악의 상황이었다.
극약 처방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냉철한 현실을 접하고 직원의 10%를 감축해야 했다. 나를 포함한 회사 부사장의 봉급 인상분을 절반으로 삭감했다. 그리고 그동안 같이 일하던 영업 담당 부사장을 권고 해직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회사가 필요한 희생을 원하지 않았다. 서로 희생을 감수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은 피해를 보지 않겠다는 사람과는 같이 일할 수 없었다.
직원 모두 한 마음으로 노력한 끝에 연말 회사 운영은 점차 회복세로 돌아서기 시작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회사의 급성장에는 많은 위험이 뒤따른다는 걸 깨달았다. 또 이 어려움을 통과하면서 나는 가장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그동안의 급성장은 나의 힘과 능력으로 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축복이었다는 것임을.
어느 날 신명기 8장을 읽었다. “오늘 내가 당신들에게 전하여 주는 주님의 명령과 법도와 규례를 어기는 일이 없도록 하고, 주 당신들의 하나님을 잊지 않도록 하십시오. 당신들이 배불리 먹으며, 좋은 집을 짓고 거기에서 살지라도, 또 당신들의 소와 양이 번성하고 은과 금이 많아져서 당신들의 재산이 늘어날지라도, 혹시라도 교만한 마음이 생겨서, 당신들을 이집트 땅 종살이하던 집에서 이끌어 내신 주 당신들의 하나님을 잊어버리는 일이 없도록 하십시오….”
눈물이 터져나왔다. 나는 그때 좋은 집을 짓고 있었고 재산이 늘어나 있었다. 더구나 내가 이룬 성공이 내 능력과 내 손의 힘으로 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 나에게 하나님께서는 그것이 내 능력과 내 손의 힘으로 된 것이 아님을 알려주셨다. 그리고 계속해서 그런 생각을 할 때 나도 멸망할 수 있음을 예언했다.
회사의 급성장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PDF 파일 포맷 때문이었다. 그 아이디어는 내가 낸 것이었나. 아니다. 나는 TIF 포맷으로 가기를 원했으나 고객의 요청에 밀려 PDF 파일 포맷을 선택했다. 급성장이 나를 착각하게 했고 어려움이 비로소 나를 바로 보게 했다. 고난은 인생에서 필요하다. 우리 자신을 바로 보게 해주기 때문이다. 만약 어려움 없이 계속해 잘 된다면 그것은 축복이 아니라 저주일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나에게는 어려움이 5년마다 다가왔다. 축복이었다.
정리=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