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숲의 비밀

입력 2024-10-30 00:35

6년 전, 우연히 인연을 맺게 된 어느 숲의 비밀을 이야기하려 한다. 충남 공주시 연미산 자락에 자리한 숲은 우리나라 3대 강 중 하나인 금강을 마주하고 있다. 숲의 입구를 지키는 곰 조형물은 방문객이 나타날 때면 커다란 앞발을 번쩍 들어 반갑게 인사한다. 울창한 침엽수림 사이 오솔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마치 동화 속으로 들어온 듯한 기분이 든다. 세계 각지에서 찾아온 예술가들이 한 달여 동안 숲에 머물며 나무, 돌멩이, 흙 같은 자연의 재료만으로 작품을 만들어 곳곳에 숨겨놓았기 때문이다. 휘적휘적 숲을 거닐며 보물찾기하듯 작품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 숲이 국내에서 유일하다고 불리는 것은 긴 세월 동안 ‘자연 미술’이라는 비밀을 간직해 왔기 때문이다. 자연 미술은 자연물, 자연환경, 자연현상과 교감하며 얻은 사유를 자연물과 연결지어 표현한 작품 또는 퍼포먼스를 뜻한다. 일반적인 예술작품과 달리 작품을 보존하지 않고 자연에 돌아가도록 하는 게 특징이다. 그래서 자연 미술을 자연과의 공존을 추구하는 환경운동이라고 보기도 한다. 화랑과 문명사회 중심의 전통미술 시장이 가진 제도와 관습을 벗어났기에 누구도 작품을 소유할 수 없을뿐더러 바람과 비를 피하지 않고 색이 바래져도 내버려둔다. 변형과 소멸의 과정 또한 작품의 일부로 여기는 것이다. 그저 방문객에게 조곤조곤 이야기를 건네고 숲속 곤충의 놀이터로 쓰이다가 때가 되면 자연으로 돌아간다. 처음 숲을 방문했을 때 보았던 나무가 하늘 높이 자란 것만 발견할 수 있을 뿐, 이곳에서 인위적인 변화는 찾기 어렵다. 자연이 작품이 되고 작품이 다시 자연이 되는 회귀와 순환은 자연 미술의 선구자인 ‘야투 협회’의 철학이자, 숲이 아름답게 보존될 수 있었던 이유이다. 올해로 11회째를 맞는 금강 자연 미술 비엔날레가 이 특별한 숲에서 열리고 있다. 숲의 오랜 비밀을 경험하고 싶다면 가을의 바람길을 따라오면 된다.

함혜주 이리히 스튜디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