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80년대생 감독, 데뷔 시즌 ‘깜짝 우승’

입력 2024-10-29 02:50
연합뉴스

KIA 타이거즈의 통합우승엔 이범호(사진) 감독의 ‘형님 리더십’이 한몫했다.

이 감독은 1981년생으로 KBO리그 10개 구단 감독 가운데 유일한 80년대생 감독이다. 팀 내 최고령 선수인 최형우(1983년생)와 두 살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 지도자 경력도 약 4년으로 짧은 편이다.

2000년 한화 이글스에서 데뷔한 그는 ‘핫 코너’인 3루수로 활약하며 리그 최고 타자 중 한 명으로 이름을 날렸다. 이후 일본 무대를 거쳐 2011년 KIA에 둥지를 틀었다. 7년 전인 2017년 KIA의 한국시리즈(KS) 우승을 확정 지은 5차전에서 만루홈런을 치며 야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2020년부터 스카우트와 타격코치를 거쳐 올해 정식 감독으로 취임했다. 벌써 타이거즈의 일원이 된 지 14년째다.

이 감독은 올 초 갑작스럽게 감독직에 올랐다. 전임 감독이 불미스러운 일로 경질되면서 타격코치로 스프링캠프를 시작했던 그에게 감독 자리가 주어졌다. 지난 2월에야 새 사령탑으로 낙점됐다. 시범 경기 개막 하루 전인 지난 3월 8일 취임식을 열었다. 새 시즌을 코앞에 두고 수장이 된 셈이다.

이런 그가 부임 1년도 안 돼 새내기 감독 꼬리표를 떼고 최연소 감독으로 우승의 기적을 이뤄낸 건 특유의 친화력을 바탕으로 한 소통 능력 덕이라는 평가다. 이 감독은 형·동생 같은 편안한 분위기를 형성하며 자율성을 강조했다.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닌 알아서 하는 방식을 택했다. 훈련 일정을 짜서 혹독하게 가르치던 기존 감독들과 달랐다.

우려의 시선도 있었다. 너무 풀어주면 안일해질 수 있다는 것. 그러나 80년대생 감독이 90~00년대생 선수들을 이렇게 대하면 리그에서 우승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이 감독은 “감독이 어떤 성향이냐에 따라 팀 전체가 바뀐다는 것은 옛날부터 느꼈다”며 “선수 성향을 먼저 파악하고 플레이할 수 있는 바탕을 깔아주면 선수들이 활발하게 움직여 줄 것으로 생각했다. 내년에도 선수들이 추구하는 야구를 펼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광주=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