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의 詩로 쓰는 성경 인물] <14> 야곱

입력 2024-10-29 03:07

사랑이 그런 건가요
칠 년을 하루같이, 십사 년을 이틀 같이
사랑에 눈멀었던 바보 사내
벧엘의 검은 밤
별빛 사다리를 오르내리던 천사들의 미소
차가운 돌베개를 축축이 적시던
그날 밤의 외로운 눈물
라반의 모사와 야욕을
얼룩진 염소의 꿈으로 이겨내고
에서의 질투와 분노를
낮은 사랑으로 이겨낸 길 위의 이름
모래사막을 떠돌던 방랑자의 발자국은
이스라엘 열두 지파의 뿌리가 되어
푸른 잎사귀와 열매로 뻗어갔으니
외로운 광야에 눈물로 길을 내는 자는
하늘에도 꽃을 피우리.

소강석 시인·새에덴교회 목사

야곱은 처음부터 공명정대한 생애를 시작하지 않았다. 그는 장자의 권리를 얻기 위해 아버지와 형을 속였다. 그러나 그에게는 하나님을 향한 확고하고 뜨거운 열정이 있었다. 그가 레아, 라헬과의 사이에서 얻은 13명의 자녀 중 12명이 이스라엘 12지파의 시조가 된다. 그를 ‘이스라엘 백성의 조상’이라 부르는 이유다. 시인은 야곱이 라헬을 얻기 위해 외삼촌 라반의 집에서 ‘십사 년을 이틀 같이’ 일 한 것으로부터 벧엘의 돌베개를 적시던 ‘외로운 눈물’ 등 여러 장면을 그림처럼 펼쳐 보인다. 여기에는 시인의 관찰자 시점이 도입되어 있다. 마침내 시인은 그가 이룬 ‘푸른 잎사귀와 열매’를 넘어 ‘외로운 광야에 눈물로 길을 내는 자는, 하늘에도 꽃을 피우리’라는 증폭된 상상력에 이른다. 시인은 이 모든 과정을 서정적 언어로 감싼다.

- 해설 : 김종회 교수 (문학평론가, 전 경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