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집권 자민당의 중의원 선거(총선) 참패로 벼랑 끝에 몰렸다. 야당 포섭을 통한 연정 확대로 정권을 유지해도 ‘식물 내각’의 총리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고, 당내에서는 이미 퇴진 압박이 시작됐다. 출범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30%를 밑도는 내각 지지율을 반등시키지 못하면 ‘단명 총리’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요미우리신문은 28일 “자민당 내부에서 총선 패배에 따른 이시바 총리 퇴진론이 부상하고 있다”며 “이시바 총리는 지난달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고 이달 1일 새 내각을 출범시킨 기세를 조기 총선까지 이어가려 했지만 그 기대는 빗나갔다”고 보도했다.
이시바 총리는 당내 지지 기반이 약한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에 따른 내각 지지율 약세를 반전시키기 위해 조기 총선 승부수를 던졌다. 자민·공명 연립 여당의 합산 의석수 ‘과반 확보’를 총선 승리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결과는 참담한 실패다. 자민당은 전날 치러진 총선에서 전체 465석 중 191석만을 확보해 기존보다 56석을 잃었다. 공명당(24석)과 합산한 의석수도 과반(233석)에 못 미쳤다.
이시바 총리에게 선거 패배 못지않게 뼈아픈 것은 현직 각료인 마키하라 히데키 법무상과 오자토 야스히로 농림수산상, 연정 파트너인 이시이 게이이치 공명당 대표의 낙선이다. 이시이 대표는 비례대표에 중복으로 입후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이타마 14구에 출마했지만 패배했다. 공명당 대표의 총선 패배는 2009년 이후 15년 만의 일이다. 현직 각료의 낙선도 2016년 참의원 선거 이후 처음이다.
요미우리는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자민당이 국민민주당 등 여러 야당과 정책별로 협력하는 ‘부분 연합’ 형태의 국정 운영을 계획하고 있지만 협의 과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당분간 정치권이 혼란에 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시바 총리는 국정 혼란 속에서 현재 20~30% 수준인 내각 지지율을 내년 7월 참의원 선거 전까지 끌어올리지 못하면 당내에서 더 거센 퇴진 압박을 받을 수 있다. 한 중견 참의원 의원은 요미우리에 “총리의 책임이 막중해 연임은 어렵다”고 말했다.
고이즈미 신지로 자민당 선거대책위원장은 이날 선거 결과에 대해 “당 개혁에 대한 국민의 질책으로 받아들이겠다. 모두 내 책임”이라며 위원장직 사의를 밝혔다.
자민당 내부에선 ‘반이시바’ 세력을 중심으로 새 총재를 물색하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지난달 총재 선거 결선투표에서 이시바 총리에게 패한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이 유력 주자로 떠오를 경우 그를 지지했던 아소 다로 전 총리가 ‘킹메이커’로 다시 등장할 수 있다. 아소 전 총리는 지난달 총재 선거 직후 다카이치 전 담당상에게 이시바 총리의 1년 내 퇴진 가능성을 예상하며 “동료를 만들어 두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