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액공제 없었다면 적자… 엔솔이 ‘IRA 유지’ 원하는 이유

입력 2024-10-29 02:16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실적 부진에 빠진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대선 결과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세액공제가 실적을 떠받치는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설 경우 IRA 혜택이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4483억원을 기록했다고 28일 공시했다. 전년 동기 대비 38.7%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 IRA에 따라 받은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금액은 4660억원에 달한다. 이를 제외하면 177억원의 영업손실(적자)을 본 셈이다.

올해 들어 주요 완성체 업체가 캐즘을 고려해 전기차 사업 계획을 축소하거나 연기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의 실적에도 먹구름이 꼈다. 완성차와 배터리 업계에서는 올해 4분기뿐만 아니라 내년에도 수요 회복이 어렵다는 전망을 한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시장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경쟁이 격화하고 있어 내년 전방 시장 전망과 매출 성장률을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탓에 LG에너지솔루션은 ‘IRA 효과’가 지속되기를 바라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진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주력으로 내세우는 등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빨라도 2026년 이후나 본격적인 수익이 날 전망이어서 IRA 세액공제가 실적의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한다.

다음 달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IRA 존폐가 결정된다는 점은 불안 요소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IRA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다. 전면 폐지는 어렵더라도 일부 혜택 축소 가능성은 크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 CFO는 “미국 대선 결과가 전기차 시장 향방에 상당한 영향을 줄 전망이라 현시점에서 내년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다”면서 “투자 속도 조절은 물론이고 자산 운용을 최적화해 필수 불가결한 투자를 제외한 지출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