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사회와 역사 속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분당중앙교회(최종천 목사)가 설립한 인류애실천분중문화재단은 이 물음에 대한 답변으로 기독교적 가치를 실천하는 인물을 발굴하고 격려하기 위해 분중문화상을 제정했다. 지난해 열린 첫 시상식에서는 배우이자 감독인 추상미씨가 대상의 영광을 차지했다. 지난 5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중앙교회에서 열린 제2회 시상식에서는 찬양사역자 박종호 장로가 대상을 받았다. 이밖에 5개 부문에서 기독교적 가치를 실천한 24개 팀이 함께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국민일보는 28일 최종천 목사를 만나 재단 설립 배경과 교회의 사회적 책임, 인재 발굴에 대한 교회의 비전에 대해 얘기를 들었다.
분중문화상 제정은 역사의식의 발로
최 목사는 분중문화상 설립 배경을 묻는 질문에 “30년 전부터 계획된 일”이라며 “교회를 하나님의 나라를 세우는 도구로 여겼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교회의 사명은 사회와 역사에 의미 있는 인재를 발굴해 세상에 이바지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우리 교회 비전은 역사와 사회를 의식하는 교회입니다. 교회는 반드시 존립의 정당성을 가져야 하며 하나님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모임이 돼야 합니다. 분중문화상은 바로 이 역사의식을 바탕으로 인재를 양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2회 분중문화상 수상자 선정 기준에 대해서는 문화계 각 방면에서 공헌한 인물들을 발굴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대상을 차지한 추 감독은 영화 분야의 인재이고 올해 대상은 한국 기독교음악계에서 공헌한 박 장로를 선정했습니다. 나름대로 분야별 안배를 통해 다양한 인재를 발굴하고 격려하고자 합니다. 내년에는 또 다른 예술 분야에서 공헌한 인물이 선정될 것입니다. 우리는 예술뿐만 아니라 소외계층, 체육 인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인재를 발굴하고 있습니다.”
그는 특히 ‘균등의 법칙’을 언급하며 상을 통해 사회적 오피니언 리더를 세우는 일뿐만 아니라 건전한 시민 양성이라는 이름으로 어려운 환경에 처한 이들을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술가들은 재능은 있지만 여건이 어려워 그 재능을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특히 연극과 영화 분야에 그런 분들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균등의 법칙은 바닥에서 힘들어하는 사람을 햇빛 가운데로 끌어내는 걸 말합니다. 인재를 발굴해 자신의 힘으로 달릴 수 있도록 해주려는 것입니다. 문화예술에서 가장 취약한 분야가 연극과 영화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내년엔 그쪽에 관심을 두고 발굴할 계획입니다.”
최 목사는 예술에 대한 본질적 신념을 피력했다. 그는 예술이 단순한 기교와 다른 점은 영성과 혼이 담겨있다는 점이라고 꼽았다. “예술에는 힘이 있습니다. 흔히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 하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입니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보존, 전달됩니다. 기독교 예술도 마찬가지겠지요. 믿음의 사람이 하는 모든 행위에는 자연스럽게 그 향기가 배어있습니다. 예술은 혼이 담긴 작품이어야 합니다. 기독교 예술도 결국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그 핵심입니다.”
그는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던 메디치 가문을 언급하면서 “한국교회도 인재를 발굴하고 후원해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회의 사회적 책임과 인재 양성
최 목사는 교회의 사회적 책임과 관련해 실천적 접근을 강조했다. 그는 “논리는 실천적 상황을 가질 때 모두에게 인정받고 확산할 수 있다”며 “단순히 복음을 전파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따뜻하고 시원한 여건을 제공해 감동을 주고 이를 통해 복음을 효과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회가 사회적 약자를 돕고 분중문화재단을 설립한 것 역시 복음을 전하기 위한 실천적 여건을 마련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라는 게 최 목사의 이야기다. 다만 독립운동하듯 최전선에 뛰어들기에는 분당중앙교회만의 역량으로는 부족하기에 독립군을 지원하는 역할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고 비유했다.
“독립군도 가족이 굶주리거나 교육을 받지 못하면 정상적인 사고를 하기 어렵습니다. 그들이 본연의 역할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입니다. 일이 올바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먼저 일을 하는 사람을 도와야 합니다.”
최 목사는 분중문화재단이 앞으로도 지속해서 인재를 발굴하고 지원할 계획을 밝혔다. 재단의 기금을 통해 신학총서, 장학금, 노후 미대책 목회자 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바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금을 철저히 관리해 앞으로 20년, 30년 동안 지속해서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금이 점차 확대됨에 따라 더 많은 인재에게 실질적인 후원을 제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역사를 믿고 시간을 믿는다”는 신념을 밝히며 “지난 40년간의 목회 여정을 통해 사람을 키운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꾸준히 사람들에게 도전과 격려를 해서 그들의 성장을 돕는 것이 목회자로서 가장 중요한 사명이라고 믿고 있다”며 “분중문화재단은 앞으로도 더 많은 인재를 발굴해 그들이 세상 속에서 자신의 길을 개척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