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에서 셀럽(유명인사)들의 전쟁, 억만장자들의 전쟁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가 연예계 셀럽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는다면,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억만장자들의 막대한 자금 후원을 받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는 지난 25일 미시간주 트래버스시티 유세에서 “전쟁 중에 해리스는 비욘세와 춤 파티를 벌였다”고 비난했다. 트럼프는 노래하듯 팝스타 비욘세의 이름을 부르며 야유를 유도했고 지지자들은 이에 호응했다. 트럼프는 선거 초반에는 셀럽들의 지지를 원했으나 반응이 시원치 않자 유명인의 정치 참여를 ‘엘리트주의’로 규정했다. 트럼프는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자신을 지지한다는 가짜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가 나중에 스위프트가 해리스 지지를 선언하자 독설을 퍼붓기도 했다.
해리스는 최근 유세에 친민주당 셀럽들을 총동원했다. 래퍼 에미넴을 시작으로 가수 브루스 스프링스틴과 제임스 테일러, 영화배우 새뮤얼 잭슨과 타일러 페리, 영화감독 스파이크 리 등이 해리스 지지 연설을 했다. 이에 트럼프는 한 유세에서 해리스와 스프링스틴의 합동 유세를 언급하며 “해리스는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비꼬았다. 트럼프는 또 “비욘세가 곧 딥스테이트(국가를 좌우하는 비밀집단)”라는 음모론적 발언도 했다.
NYT에 따르면 트럼프 지지자들은 민주당 셀럽들의 활동을 “오만한 행보”라고 비판하면서도 내심 부러워하며 자신들만의 셀럽을 찾고 있다. 테슬라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가 최근 트럼프 진영의 최고 셀럽으로 떠올랐다. 머스크는 27일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 집회에서 “USA”를 외치며 환호하는 등 열정적인 연설을 했다. 인기 프로레슬러였던 헐크 호건도 이날 집회에 나와 찬조 연설을 했다. 이 밖에 영화배우 멜 깁슨과 데니스 퀘이드, 가수 키드 록 등이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다.
소수의 억만장자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후보의 당선을 돕기 위해 거액을 기부하는데, 두 후보에 대한 지출 양상에도 차이가 있다. 미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에 따르면 트럼프 진영은 이번 선거에서 약 17억 달러(2조3500억원)를 모금했으며, 이 중 34%인 5억6800만 달러(7860억원)가 억만장자들이 기부한 액수다. 해리스 측은 트럼프보다 모금한 액수가 많지만 억만장자들의 후원금은 1억2700만 달러로 전체의 6%에 불과했다.
트럼프의 대표적인 후원자는 머스크로, 트럼프 지지 슈퍼팩(외곽 후원단체)에 1억1800만 달러를 기부했다. ‘은둔의 재벌’로 불리는 티머시 멜론도 1억5000만 달러를 기부하며 트럼프의 선거를 돕고 있다. 멜론은 텍사스 국경 장벽 건설에도 5000만 달러를 기부하는 등 트럼프와 공화당의 오랜 후원자다. 카지노 재벌이자 미국 내 친이스라엘 정치의 주요 후원자인 미리암 아델슨도 트럼프에게 1억 달러를 기부했다.
해리스 진영에선 마크 저커버그와 함께 페이스북(메타)을 공동 창립한 더스틴 모스코비츠와 링크드인 공동 창립자 리드 호프만이 주요 기부자로 꼽힌다. 모스코비츠는 해리스 지지 슈퍼팩에 3800만 달러를, 호프만은 1600만 달러를 기부했다. 블룸버그 최고경영자로 뉴욕시장을 지낸 마이클 블룸버그도 해리스에게 1900만 달러를 후원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