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총선 패배, 불안정한 당정관계 원인… 용산·한동훈도 책임”

입력 2024-10-29 00:26

국민의힘이 지난 4·10 총선 패배 원인 등을 자체 분석한 백서에서 “불안정한 당정 관계로 국민적 신뢰가 추락해 패배했다”는 진단을 내놨다. 다만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와 이종섭 전 호주대사 임명, 공천과 선거전략 패착 등 당정의 실책을 열거하면서도 윤석열 대통령과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총선을 이끈 한동훈 대표의 책임 소재 여부는 명확히 적시하지 않아 ‘불완전 백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민의힘 총선백서특별위원회는 28일 최고위원회의 보고를 거쳐 267쪽 분량의 총선 백서 전문을 공개했다. 총선 201일 만이다. 백서는 총선 패인으로 ‘불안정한 당정 관계’와 ‘미완성의 시스템 공천’ ‘승부수 전략 부재’ 등을 지목했다.

백서는 패배 원인의 첫머리로 당정 관계를 다루면서 “이번 총선은 집권 2년 차 여당으로서 선거를 치렀기 때문에 정치적 공동운명체인 정부의 국정 운영 평가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분석했다. 또 명품가방 수수 의혹과 이 전 대사 임명,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언론인 회칼 테러’ 발언, ‘대파’ 발언 논란 등이 정권심판론에 불을 붙였다고 진단하면서 “당이 대립각을 세우기보다 정부 기조를 따라가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등 당정 사이에 건강하고 생산적인 긴장감이 조성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정 간 다른 목소리를 내고 대립 관계를 보이는 순간 당정 갈등이 집중 부각될 것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싸우지도 못하고 끙끙 앓다가 선거가 끝났다는 비판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특히 한 대표가 주도한 비례대표 공천을 두고 “사천(私薦) 논란으로 막판 내홍을 야기했고, 특히 공천 신청을 하지 않은 후보가 당선 안정권에 배정된 점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선거 막판 한 대표가 강조했던 ‘이·조(이재명·조국) 심판론’에 대해서도 “선거를 오히려 정권심판론에 가두는 결과를 초래했다. 집권여당의 선거전략으로 적절치 못했다”고 비판했다.

백서는 윤 대통령과 친윤(친윤석열)계를 겨냥해서도 “윤석열정부는 공정과 상식을 앞세우며 집권했지만 친윤그룹의 득세, 김 여사를 둘러싼 각종 논란으로 공정과 상식 이미지가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와 관련해서는 “총선에 매우 큰 영향을 준 것으로 판단된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문제로 파생된 한 대표의 ‘김 여사 문자메시지 읽씹(읽고 무시) 논란’에 대해서는 “비대위원장과 대통령실 모두 적절한 대응에 실패했다”며 양비론을 보였다.

한 대표는 백서 내용과 관련해 기자들과 만나 “평가는 백서가 하는 게 아니라 국민들이 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국민의힘은 22대 총선 2주 만인 지난 5월 “집권여당 사상 최악의 참패 원인을 복기하겠다”며 백서특위를 조기 가동했다. 그러나 백서 제작을 둘러싸고 친윤과 친한(친한동훈)계 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정확한 진단 및 반성은커녕 분열만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왔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