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이끄는 일본 집권 자민당과 연립여당인 공명당이 15년 만에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자민당 1강’ 체제가 붕괴되고 절대 다수당이 사라진 일본 정치권은 격변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됐다. 자민당은 연정 확대에,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정권교체를 위한 세력 결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8일 NHK와 교도통신에 따르면 자민당은 전날 치러진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191석, 공명당은 24석을 확보했다. 선거 공시 전까지 247석을 차지했던 자민당은 이번 총선에서 56석을 잃고 참패했다. 공명당도 기존 32석에서 8석을 잃었다. 자민·공명당을 합한 연립여당 의석수는 279석에서 215석으로 줄었고, 중의원 전체 465석의 과반(233석)을 밑돌았다. 두 정당의 과반 확보 실패는 민주당(입헌민주당의 전신)에 정권을 빼앗겼던 2009년 총선 이후 15년 만의 일이다.
이번 총선에서 자민당의 ‘비자금 스캔들’과 물가상승에 따른 민생고를 집중적으로 파고든 입헌민주당은 의석수를 98석에서 148석으로 크게 늘렸다. 2012년부터 12년간 자민당에 단독 과반 의석을 몰아줄 만큼 보수적 성향이 강한 일본 유권자들이 제1야당에 전체의 30%(140석)가 넘는 의석을 안겨준 것이다.
입헌민주당과 같은 뿌리에서 갈라진 중도 우파 성향의 국민민주당도 의석수를 7석에서 28석으로 4배나 늘렸다. 반면 우익 성향의 일본유신회는 44석에서 38석으로 줄었다.
어느 정당도 법안이나 예산을 강행 처리할 수 없는 절대 다수당 부재 상황이 만들어져 일본 정국은 안갯속에 빠져들었다. 요미우리신문은 “정권 구성을 위한 여야 공방이 시작돼 정국이 흔들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자민·공명당은 그동안 개헌에 뜻을 모아왔던 유신회와 국민민주당 등을 포섭해 과반 의석 확보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시바 총리는 “연립을 포함한 여러 방법이 있다”며 연정 확대 방침을 시사했다. 다만 유신회와 국민민주당은 선거 전부터 연정 참여에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입헌민주당의 정권교체 추진도 쉽지 않다. 야권이 이미 총선 과정에서 여러 지역구별 후보 단일화에 실패한 만큼 새로운 연정 구성을 위한 논의에서 합의를 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입헌민주당의 한 간부는 지지통신에 “지금부터가 진짜 승부”라며 “연정을 협의할 상대가 나올 때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