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간 e스포츠 현장에서 일해온 필자 생각으로는 한국 e스포츠의 실질적인 출발은 스타크래프트 프로 리그가 출범한 2007년이다. 2013년 리그오브레전드(LoL) 팀 창단 및 리그 본격화로 성장기를 맞고 2020년 코로나19 펜데믹 시기를 거쳐 전성기에 올랐다고 본다.
현재는 어떤가. 이견이 있겠으나 지난해부터 한국 e스포츠가 위기 국면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본다. 원인과 해결 방안을 짚어본다.
첫째, e스포츠 운영 구단의 수익 악화 문제다.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의 화려함과 매년 경신되는 신기록에 고무된 바깥 분위기와 달리 실제 구단을 운영하는 관계자들은 구단 존립 여부를 걱정하고 있다. 한마디로 외화내빈(外華內賓).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대기업들도 긴축경영을 시작했다. 기업 생리상 경제 악화에 따른 비용 절감 1차 대상인 스포츠구단의 축소 운영은 예고된 쓰나미와 같다.
이제 곧 본격적인 스토브리그에 돌입한다. 구단들은 벌써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선수 연봉은 2014년 대비 2500% 올랐을 정도로 치솟았다. 수익 구조는 빈약하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 때문에 결국 구단 운영을 포기하고 매각 등 생존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선수들의 e스포츠 존속에 대한 위기의식, 구단 간 협업, 게임사와 구단의 상생 노력이 없다면 결국 한국 e스포츠는 화려한 시기를 뒤로 하고 절망의 늪으로 빠져들 수 있다.
둘째, 취약한 e스포츠 선수층과 저변 감소다. 현장에 새로운 선수가 눈에 띄지 않는다. 물론 다양한 2부 리그와 아마추어 리그가 활성화된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e스포츠가 스포츠로서의 위상을 확립하려면 갈 길이 멀다. 선수 저변 확대를 위한 육성 아카데미의 활성화, 학원 스포츠로 진입 방안 등이 필요하다. 한국e스포츠협회의 노력과 체계적인 정부 지원이 마련돼야 한다.
새로운 스타 플레이어의 발굴도 절실한 상황이다. 11년전 데뷔한 ‘페이커’ 이상혁(28)이 아직도 최고 스타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으나, 리그의 흥행 및 e스포츠 관심 확대를 위해서는 새로운 스타 선수 육성이 뒤따라야 한다.
셋째, e스포츠 종목 및 리그의 다양성이 필요하다. 현재 e스포츠가 리그오브레전드와 롤드컵으로 상징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새로운 종목 발굴 및 리그 다각화 시도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결과는 미약하다. e스포츠의 미래를 위해서는 리그 브레전드 외에 새로운 게임 종목을 발굴해 리그를 창설하는 시도가 필요하다. 영리만을 추구하는 종목사에 맡겨서는 안된다. 정부나 e스포츠 관련·관계기관이 주도해야 한다.
넷째, 다양성에 더해 확장성이 필요하다. 아무리 e스포츠가 급속히 팽창해도 최고·최대의 스포츠 이벤트가 올림픽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아쉽게도 지난 도쿄 올림픽과 파리 올림픽에 이어 LA 올림픽에서조차도 e스포츠는 철저히 외면 당했다. 관계자들은 롤드컵의 화려함과 거듭되는 신기록 경신이라는 환상에 취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
e스포츠를 우리만의 축제로 전락시키면 결국 어느 순간 대중의 외면과 소외로 종목이 위축될 수 있다.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물론 올림픽 종목 편입이 e스포츠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래도 도전은 해야 한다. e스포츠의 미래를 짊어질 새로운 세대, e스포츠 선수를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줄 선물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경식 SK스포츠 마케팅그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