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쟁획책설·북 공격 제안… 안보 불안 키우는 정치권

입력 2024-10-29 01:30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북한의 러시아 파병을 놓고 여야가 연일 티격태격하고 있다. 평소엔 싸우다가도 안보에 중대한 일이 생기면 여야 할 것 없이 힘을 합쳐야 마땅한데, 우리 정치권은 그와는 전혀 딴판인 셈이다. 안보를 둘러싼 이런 정쟁은 결국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국론만 분열시킬 뿐이란 걸 여야가 직시해야 할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8일 회의에서 “북한 파병을 기화로 한반도 전쟁을 획책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생겨나는데 전혀 근거 없는 억측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병주 최고위원도 “여권이 김건희 여사 의혹을 덮으려 3차 대전 불씨를 가져오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제 김민석 최고위원은 “국지전 단초이자 계엄 예비 음모”라고 지적했다. 반면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야당이 북 파병 책임을 정부에 뒤집어씌워 정권 퇴진 공세에 이용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당이 맞냐”고 따졌다.

야당에서 황당한 주장이 나온 데에는 여권이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다. 최근 국방위원회 국정감사 때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이 주고받은 문자가 카메라에 포착된 것이다. 당시 한 의원은 “파병 북한군을 미사일로 공격해 대북 심리전에 활용하자”고 보냈고, 신 실장은 “잘 챙기겠다. 오늘 긴급회의 했다”고 답했다. 또 “연락관도 필요하다”고 하자 “그렇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군사적으로 민감한 북한군 공격 주문과 이에 호응하는 듯한 대화가 드러난 건 누가 봐도 신중치 못한 처사다. 그런 중대 사안을 문자로 제안하고 바로 답한 것도 놀랍다. 그러니 여당에서조차 “북을 공격해 홍보하자는 건 옳지 않다”는 비판이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빌미로 야당이 전쟁획책설을 제기하고 계엄 음모라고 하는 건 너무 나간 주장처럼 들린다. 김 여사 의혹 무마 차원이라는 말도 마찬가지다. 야당은 그런 주장이 여권을 공격하는 데엔 도움 될지 모르나 그로 인해 국민들의 불안감이 커진다는 걸 간과해선 안 된다. 게다가 공당 지도부 주장이어서 더더욱 불안감을 키울 우려가 있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중대한 안보 사안이 생기면 대통령실이나 관련 당국이 야당을 찾아 돌아가는 상황을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해야 한다. 야당도 이에 최대한 협조하기 마련이다. 때로는 야당이 정부 대신 상대국을 공격하는 악역도 맡는다. 안보와 국익 앞에선 여야가 따로 없어서다. 안팎의 위기를 감안하면 지금 정치권에 필요한 건 안보 앞의 정쟁이 아니라 이런 정상적인 정치를 복원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