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스타벅스의 위기

입력 2024-10-29 00:40

스타벅스에는 진동벨이 없었다. 대신 고객의 이름이나 별명, 대기번호를 직원이 직접 부른다. 고객과의 인간적인 소통을 중시하는 ‘콜 마이 네임’ 방식이다. 키오스크도 없다. 사람이 주문을 받는다. 조금 불편하고 오래 걸리더라도 아날로그 방식을 고수해오던 스타벅스가 고집을 꺾었다. 일부 매장에 진동벨을 도입했고, 키오스크 도입도 검토 중이다. 변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 의식을 반영한다.

1999년 이화여대 앞에 1호점을 낸 후 매장을 1900여개로 늘리고 국내 연 매출 3조원 돌파를 눈앞에 뒀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영업이익률은 3년째 4~5%로 10%에 이르던 2021년의 절반이다. 몸집은 커지는데 실속이 없다. 홍대입구역 인근에만 7개 매장이 있을 정도로 스타벅스 간의 경쟁도 치열해졌다. 그러는 동안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등 저가 커피 매출은 날개를 달았다.

이익률이 줄다 보니 스타벅스는 야금야금 소비자 혜택을 줄여갔다. 연말 프리퀀시 증정품인 다이어리에서 무료 음료 쿠폰이 빠지고, 저녁에 음료와 함께 구입하면 푸드를 반값 할인하던 것을 중단하는 식이다. 이달 들어 월 9900원을 내면 매일 제조 음료 30% 할인쿠폰을 제공하는 구독 서비스 ‘버디패스’를 내놓았지만 반응은 시큰둥하다. 오후 2시 이후에만 사용 가능해 오전과 점심시간에 주로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오히려 불만이다. 요금 인상 3달 만인 11월부터 또 일부 음료 가격을 올린다.

스타벅스만의 고유 분위기는 사라져가고, 소비자 혜택은 줄고, 가격은 오른다. 급기야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모금해 트럭 시위에 나섰다. 노동조합이 없는 스타벅스에서 집단행동은 3년 만이다. 직원들은 트럭 시위에서 소비자 혜택을 일방적으로 축소하거나 무분별한 인력 감축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2년 전 손정현 대표이사가 취임 인사글을 올렸던 10월 28일에 맞춰 시위를 시작했다. 충성도 높은 고객이 떠나가고 직원의 불만이 터져 나오는 지금이 위기를 돌아볼 골든타임이다.

한승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