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를 사이에 두고 벌어진 이스라엘과 이란의 원거리 전쟁은 사실상 이스라엘의 승리로 돌아갔다. 이스라엘 공군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이란 영토에 직접 진입하지 않고서도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하는 능력을 과시했다. 이달 초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200발 가까이 탄도미사일을 퍼붓고도 미미한 성과를 낸 것과 대조적이다.
이란으로서는 현재 보유 중인 무기로는 이스라엘에 별다른 타격을 입히지 못한다는 사실을 재확인한 셈이다. 헤즈볼라와 하마스 등 친이란 무장세력인 ‘저항의 축’ 지도부가 거의 궤멸되면서 이란의 선택지는 더욱 좁아진 상황이다. 때문에 이란이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핵무기 보유에 집중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7일 보도했다.
이란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일방적으로 파기한 이후 핵능력 향상에 박차를 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은 핵무기 3~4개를 생산 가능한 분량의 중농축 우라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는 2003년 핵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보유를 금지하는 파트와(종교적 칙령)를 내렸다. 이란 당국은 표면적으로는 파트와가 유효하다는 입장이지만 최근 중동지역 긴장이 고조되면서 이란이 파트와를 깨고 핵개발을 공식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이란의 현재 핵능력으로는 수일에서 수주 안에 무기급 고농축 우라늄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우라늄을 이용해 탄도미사일에 장착 가능한 수준의 핵탄두를 개발하기까지는 18개월이 추가로 소요될 전망이다. 핵개발 경험이 있는 북한이나 러시아의 도움을 받아 개발 기간을 앞당길 가능성도 있다.
미국 관리들은 이란 내부에서 핵개발과 관련한 정치적 결정이 내려진 정황을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 고위 관리는 NYT에 “국가는 스스로 취약하다고 느낄 때 핵무기를 개발한다”며 “바로 그것이 지금 이란의 국가적 감정”이라고 말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