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톡!] 화합해야 할 교단이 법원의 화해 권고 받아야 했나

입력 2024-10-29 03:02

법원이 최근 지도부 공백 사태로 난항을 겪고 있는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에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습니다. 소송 당사자 간 화해를 권고한 것인데요. 법원은 분쟁 당사자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직권으로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교회 안에서 일어난 시시비비를 내부적으로 해결해 왔지만 최근 들어 세상 법정으로까지 가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법원의 이번 결정은 이런 관행에 경종을 울리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기침은 지난해 제113차 정기총회 직후 총회장 후보(이욥·이종성 목사) 사이에 소송이 시작된 뒤 1년에 걸쳐 지루한 소송전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28일 법원과 기침 총회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판사 정승원)은 최근 ‘총회장선거 무효확인’에 대한 결정문에서 “원고(이욥 목사)와 피고(기침 총회)는 2023년 9월 19일자 총회장 선거가 그 효력을 상실했음을 상호 확인하고 쌍방은 더 이상 총회장 선거에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다”며 “원고와 피고 조정 참가인(이종성 목사)은 서로 화해하고 향후 피고 교단과 개교회 및 신도들의 이상 실현을 위해 헌신하라”고 판시했습니다. 이어 “조정 참가인은 다음 달 25일 열리는 피고의 총회장(114차) 선거에 원고가 입후보할 경우 적법한 범위 내에서 원고의 선거에 적극 협력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원고에게는 “조정 참가인에 대해 제기한 직무집행정지가처분을 취하하고 나머지 청구를 포기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법원의 강제조정은 결정을 한 지 2주일 내 소송 주체가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면 확정되며 재판상 화해는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지닙니다. 어느 한쪽이 반대할 경우 다시 소송이 이어집니다.

피고 측인 기침 총회는 법원 판결을 받아들인다는 입장입니다. 기침 총회장·1부총회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총무 김일엽 목사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일 예정이며 다만 판결문 문구 중 일부 수정할 부분이 있어 변호사와 상의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원고 측인 이욥 목사가 받아들이면 기침 총회는 안정화 국면에 들어설 것이지만 항소 의지를 보이면서 소송전이 장기화할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욥 목사는 “법원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는 쪽으로 변호사와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기침은 다음 달 25일 대전 한국침례신학대에서 114차 총회 의장단 선출(총회장)을 위한 임시총회를 개최합니다. 법원이 더이상 다투지 말고 화해를 권고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이 일이 법원의 최종 판결이 아니라 원만한 합의와 화해로 마무리 되는 걸 우리 사회도, 교인들도 바라고 있습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