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종료’ 팻말이 붙은 서울 관악구 작은자리 카페 앞. 카페 안은 팻말에 붙어있는 글자와는 상반되게 사람이 북적이고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다. 이곳에서 선교 공동체 ‘소금(sogm)’이 지난 21일 창작 예배를 드렸다. 예배를 드리기 위해 식탁으로 모인 사람들 앞에 놓인 도화지 파스텔 색연필 등 미술도구가 눈에 띄었다. 기자도 이들과 함께 책상 앞에 앉아 손바닥만 한 도화지를 받았다.
오후 7시가 되자 찬양과 짧은 기도로 예배가 시작됐다. 곧이어 창작 묵상의 시간으로 들어갔다. 이곳에 모인 이들이 ‘소금 철야 작업실’로 부르는 창작 묵상은 한 사람이 말씀을 전하는 대신 구성원 모두가 성경 구절을 봉독하고 그림, 시 등 창작 행위로 묵상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날 이들과 함께 읽은 성경 구절은 ‘시편 47편’이었다. ‘너희 만민들아 손바닥을 치고 즐거운 소리로 하나님께 외칠지어다.’(시 47:1) 다윗이 하나님을 찬양하는 내용의 성경 구절이었다. 참가자들은 구절을 반복해 읽으며 30분가량 그림을 그렸다. 한 참가자는 얇은 펜으로 세밀한 인물을 표현하는가 하면 다른 참가자는 검지로 노란 파스텔을 도화지에 비벼가며 색을 채웠다.
저녁 노을을 배경으로 새가 날아가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배유나(28)씨는 “시편 47편 말씀을 읽고 왕되신 주님을 나타내는 황금색이 떠올랐다”며 “사람들이 장엄한 경치를 보고 손들며 기쁘게 찬양하는 상황을 그렸다”고 설명했다. 기자도 이들과 함께 창작 묵상을 진행하기 위해 도구를 들었지만 묵상 시간이 끝날 때까지 하얀 종이를 채우진 못했다.
소금 철야 작업실은 5년 전 문화선교에 뜻을 가진 몇 사람의 정기적인 모임에서 시작됐다. 지인을 중심으로 진행되던 창작 묵상이 지난달 열린 예배 형식으로 공개됐다.
이들은 예배와 묵상을 통해 창작물을 만들지만 역설적으로 창작 묵상에서 유의하는 점은 창작 결과물에 집중하지 않는 것이다. 참가자들이 “시간이 작품이다”라는 말에 공감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신경재(46) 소금철야작업실 대표는 “창작 예배는 하나님께 집중된 시간을 드린다는 의미가 있다”며 “그림 시 작곡 등 창작물의 형식은 다양하지만 창작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말씀 내용을 음미하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성경 구절을 보다 입체적으로 상상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림 그리기에 두려움이 있었다는 윤희수(30)씨는 “그림을 잘 그리지 못해 처음에는 남들에게 보이는 시선에 주눅 들었었다”며 “구성원들과 그림 묵상 내용을 나누는 과정을 통해 진정성 있는 신앙고백에 집중하게 됐고 자신감을 얻었다”고 고백했다. 신 대표는 “소금 철야 작업실이 진행하는 그림 묵상은 ‘보여주기’로부터 자유로워진다는 점에서 신앙생활을 그림으로 표현한 묵상의 형태와는 구별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경을 능동적으로 재가공하는 과정을 통해 누구나 창조주 하나님의 자녀, 창작자의 정체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