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주민 환대·연탄봉사… 한국교회 풍성한 나눔

입력 2024-10-29 03:04
서울 용산구 삼일교회가 27일 주최한 ‘헤세드의 날’에 초대된 주거 취약층 주민이 교회 앞 광장에서 부침개를 받아 들고 있다.

27일 서울 용산구 삼일교회(송태근 목사) 앞. ‘오늘의 손님’ 명찰을 목에 건 노인들이 교회를 찾았다. 모두 쪽방촌 주민과 노숙인이었다. 특별한 손님으로 초대된 이들 이웃은 교회 앞마당에서 풍기는 부침개 냄새, 커피향을 따라 줄을 섰다. 서울역 인근 쪽방촌에서 왔다는 강두일(86)씨는 “오전 11시에 왔는데 저녁 늦게까지 교회에 있을 계획”이라며 “오늘은 생일보다 더 생일 같은 날”이라고 말했다.

이날 교회가 연 일일 행사는 ‘헤세드(하나님의 자비와 인애)의 날’. 취약층 이웃에게 새옷을 선물하고 의료·심리 상담, 마사지·이미용 봉사까지 온종일 펼쳐지는 잔치 날이었다. 교회는 매주 화요일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 주민과 서울역 노숙인에게 각각 밑반찬과 컵밥을 나누고 있는데, 이번 행사는 한 달 전부터 취약층 주민들에게 안내했다고 한다. 교회는 취약층 주민 800명이 올 것으로 예상하고 이날 행사 식재료와 선물을 준비했다.

이 교회 박효범 부목사가 핸드드립 커피를 내리고 있는 모습.

교회 일대 먹거리 장터엔 교인들도 붐볐다. 또 교회 로비에선 후원자 배지와 수건 등도 판매되고 있었다. 교인들의 지갑에서 나온 이날 수익금 전액은 주거 취약층을 섬길 겨울사역 후원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교회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새벽예배를 마친 뒤 취약층 식사 섬김도 이어가고 있다. 교회 사랑나눔부 윤진수 목사는 “교회가 취약층의 생애주기를 함께하는 동반자로 나아갈 때 ‘나그네를 대접하라’는 주님의 사랑을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경기도 과천교회(주현신 목사)는 29일 오후 9시부터 ‘거리의 천사들 노숙인 섬김’ 사역을 진행한다. 인천 에드노스청년교회(박영래 목사) 청년들은 지난 26일 인천 동구 괭이부리마을 쪽방촌을 찾아 연탄 1500장을 나눴다. 연탄은 청년들이 2주간 모금한 후원금 130만원으로 마련됐다.

서울 서현교회(이상화 목사) 교인들은 아프리카·동남아 지역 외국인 유학생 30명과 나눌 겨울 외투를 27일까지 십시일반 모았다. 교회 선교위원회 담당 조충성 목사는 “지난해부터 이맘때 교인들에게 깨끗한 겨울 점퍼를 후원받고 있다”며 “따뜻한 지역에 살다가 한국으로 온 유학생 중 겨울옷을 사 입기 어려운 이들이 있다. 이주민 선교라는 마음으로 작은 사역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 달 17일 추수감사절을 이웃 사랑의 날로 준비하는 교회도 적지 않다. 서울 큰은혜교회(이규호 목사)는 27일부터 일주일간 ‘소외된 이웃을 위한 사랑의 쌀’ 1만㎏을 모은다. 경기도 고양 거룩한빛광성교회(곽승현 목사)는 추수감사헌금 전액을 한부모 장애인 노숙인을 비롯해 생활고를 겪는 교인들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글·사진=이현성 기자 sag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