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진수 (17) 경영학 공부하며 회사 운영과 리더십에 자신감 생겨

입력 2024-10-29 03:04
김진수(왼쪽) 긱섬 대표가 스티븐스공과대학 졸업식에서 알렌 긴스버스 경영학 교수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 대표 제공

회사는 급성장을 했지만 나 자신은 그 성장에 비례해 성장하지 못하고 있었다. 여러 곳에서 크고 작은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모두 경영 미숙에서 온 일들이었다. 나는 체계적으로 회사 경영을 배울 필요성을 절감했다. 마침 스티븐스공과대학에서 경력 있는 사람들을 위해 개설된 특수 경영학 석사 과정에 바로 등록했다.

수업은 내 부족한 면을 충족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토요일에도 강의가 적지 않았고 여름 방학 기간에도 수업을 받아야 했다. 경영 지식이 많지 않다고 해서 사업을 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다만 일단 사업을 시작했으면 이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지식은 꼭 습득해야 한다. 이 과정 없이는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몰랐다. 하지만 경영학 석사 과정을 공부하면서 부족한 것을 배웠다. 나는 이를 회사에 즉시 적용했다.

회사 운영과 리더십에 조금씩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과정을 통해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것을 새롭게 배운 경우는 드물었다. 확신이 없었던 것들에 대한 확신을 심는 과정이었다. 사업 경영은 전혀 새로운 것을 하는 게 아닌 상식으로 하는 것이다. 상식은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면 쉽게 얻을 수 있다.

1999년 1월의 일이다. 회사는 미국 보스턴 아스트라(Astra) 회사의 합병에 따른 전자서류 변환 작업을 맡았다. 이는 그때까지 우리 회사가 수주한 모든 프로젝트 중에서 가장 큰 규모의 프로젝트였다. 일이 마무리될 무렵 제품의 품질에서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주문받은 방대한 양의 일을 단시간 내에 처리하기 위해 갑자기 고용을 늘린 데다 기술도 제대로 습득시키지 못한 채 작업에 투입한 결과 문제는 여러 곳에서 노출됐다.

특히 문서 스캔에서 한꺼번에 두 장 이상 스캔 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모든 서류를 다시 손으로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했다. 이미 작업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라 더 이상 인원을 충당할 길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서비스 부서가 아닌 다른 부서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도와줄 것을 요청했다. 그리고 제일 먼저 내가 그 일에 자원했다. 판매부와 프로그램 개발 담당자, 심지어 직원 가족들까지 자원자가 생겼다.

우리가 할 일은 저녁 6시부터 아침 6시까지 각 서류가 몇 장으로 돼 있는지 수작업을 통해 세는, 매우 단순한 일이었다. 자정이 되면서 몰려오는 졸음과 싸워야 했다. 자정을 넘으면 몇 장을 세었는지 잊어먹고 다시 세기도 했다.

나를 비롯한 여러 사람이 팔을 걷어붙이고 밤낮으로 일하자 다른 직원들도 힘을 얻기 시작했고 그 프로젝트를 무사히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이 일을 계기로 리더는 때로는 낮아질 수 있는 한 최대로 낮아져야 진정한 리더가 된다는 교훈을 얻었다. 리더는 군림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섬기기 위해 존재한다. 그러기에 자신이 편하려고 사업을 시작해서는 안 된다. 리더가 되는 순간 편한 것은 포기해야 한다. 예수님은 편하기 위해 이 세상에 오지 않았다.

정리=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