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파병으로 많이 얻었던 北
전투병 파견은 절박하단 뜻
북한이 노리는 것들 중에는
남남갈등 통한 심리전 의도도
정부는 국론분열 막기 위해
이런 부분도 고려해 대응해야
전투병 파견은 절박하단 뜻
북한이 노리는 것들 중에는
남남갈등 통한 심리전 의도도
정부는 국론분열 막기 위해
이런 부분도 고려해 대응해야
미국의 군사전문매체 성조지(Stars & Stripes)에 최근 눈길을 끄는 기고문이 올라왔다. 베트남전 등에 참전했던 퇴역 해병대 장교 제임스 줌왈트는 ‘김정은은 베트남전에서 북한이 겪었던 어두운 과거에 대해 알고 있을까’란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러시아의 전쟁을 돕기 위해 군대를 파견한 것은 과거 그의 할아버지 시절 베트남전에서 더 잘 훈련된 외국 군대와 싸웠을 때의 결과로부터 배우지 못한 것이며 그의 무지로 고통받을 이는 북한 군인들이라고 강조했다. 줌왈트는 “베트남전에서 미군 전투기와 교전을 벌인 경험은 북한군에게 치명적이었는데 출격한 모든 북한 조종사들이 격추됐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당시 북한 조종사들은 월맹(북베트남) 전투기를 몰고 출격했는데 월맹 정부가 대규모 전투기 손실을 겪자 “고맙지만 이제 됐다”며 남은 북한 조종사들을 돌려보냈다는 얘기도 했다.
그의 주장은 베트남의 공식 기록 등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북한 공군은 1966년 10월 20일 월맹에 파병됐고, 1969년까지 주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종사 96명 등 총 384명의 북한 공군이 파병됐다고 베트남 기록에 남아 있다. 미국의 외교안보분야 싱크탱크인 우드로윌슨센터가 현지 기록 등을 통해 확인한 데 따르면 1967~69년 북한 공군은 미군기 26대를 격추했다고 한다. 북한은 베트남전에 조종사들 외에도 지하 갱도를 건설하는 공병과 심리전 부대까지 파견했다. 심리전 부대는 파병된 국군 병사를 상대로 투항 권유 방송을 하거나 포로가 된 병사를 심문했다고 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정보 요원들을 파견해 북한군 포로를 심문하고, 전장에서 북한군의 전술과 전략을 파악하는 방안을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베트남전 당시와는 상황이 퍽 달라진 셈이다.
북한은 베트남전 외에도 아프리카 지역 등에 군사고문단을 파견했었고 중동 전쟁에도 공군을 참전시켰지만 대규모 지상군을 보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인명손실 우려 및 국제적 부담 등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전투병을 보낸 것은 반대 급부로 얻어내고자 하는 것들이 절박하기 때문일 것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의 첨단 기술 및 전투 경험 확보, 무기체계의 성능 시험 등이 파병의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된다. 앞서 북한은 베트남전 및 중동전에 참전한 조종사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항공유격전 등 비행전술을 연구·교육했고, 이집트에서 답례로 받은 소련제 스커드-B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분해·분석해 기본적인 탄도미사일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화 획득과 신냉전 구도에서 ‘운신의 폭’ 확대, 대중국 의존 완화 등도 반대 급부로 꼽힌다. 북한 내부를 단속하는 효과 및 남남 갈등 유발 등을 통한 심리전 의도도 포함됐을 것이다. 당장 정부의 참관단 및 북한군 포로 심문조 파견 검토에 대해 우리 내부에서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등 논란이 시작되는 분위기다. 야당은 공격 무기 제공 가능성에 대해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성토하고 있다.
북한이 노리는 반대급부는 모두 우리의 외교안보 지형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들이다. 현지 영상에 나오는 북한군 병사들의 앳된 모습을 보면서 그저 안타까워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그들의 예정된 희생을 통해 북한 정권이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 주시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 전쟁의 참혹함은 이성적인 판단을 뛰어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만약 전장에 투입된 북한 병사들의 시신 옆에 한국산 155㎜ 포탄의 잔해가 남아있는 모습이 포착된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북한이 내부를 다잡는 데 이보다 더 극적인 연출은 없을 것이다. 한국을 적국으로 규정하고 “한국이 주권을 침해하면 물리력을 조건에 구애됨 없이, 거침없이 사용하겠다”고 선언한 김 위원장의 다짐을 북한 주민들에게 각인시키는 사례가 될 것이다. 우리 국민에게 복잡미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에도 충분하다. 안보의 측면에서 무기 지원이 불가피한 것이었다 해도 논란을 피해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전투병 파견은 외교안보나 국제정치 측면에서도 복잡한 역학관계를 따져봐야 하는 사항이지만 상황에 따라 우리의 국론 분열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리전 측면도 면밀하게 살펴야 한다. 북한 파병에 대한 대응은 이런 부분까지 충분히 검토한 후 내린 결정이어야 할 것이다.
정승훈 논설위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