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감찰관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자리는 ‘8년째 공석’이라는 점 외에 별다른 연관성이 없다. 여야는 그러나 공수 교대가 이뤄지는 국면에서 각자의 정치적 득실에 따른 협상용 카드로 이질적인 두 직책을 연결시켜 활용했고, 그 결과 특별감찰관과 북한인권재단 모두 장기 개점휴업 상태로 방치돼 왔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의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 수석비서관급 이상을 감찰하는 역할을 맡는다. 박근혜정부 때인 2014년 신설됐지만, 이석수 초대 특별감찰관이 2016년 청와대와 충돌 끝에 물러난 이래 줄곧 공석이다. 북한인권재단은 2016년 북한인권법 통과로 근거가 마련됐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이사 추천을 하지 않으면서 아직까지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8년째 공석이라는 점 말고는 교집합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두 직책의 연계는 문재인정부 시절인 2020년부터 시작됐다. 여당이던 민주당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을 두 사안과 세트로 묶었다. 김태년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는 2020년 9월 “공수처 설치와 특별감찰관 후보,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동시에 진행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특별감찰관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공수처장 후보 추천의 선결 조건으로 제시하며 이를 거절했다.
윤석열정부가 출범하자 양측 입장은 180도 달라졌다. 정권 초기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리스크’를 겨냥해 특별감찰관 임명을 요구했다. 반면 주호영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022년 8월 “지난 5년간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은 민주당은 사과하고, 특별감찰관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임명을 동시에 착수해야 한다”고 맞섰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북한인권재단 이사 문제와는 별개로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여·여 갈등’이 불거진 최근 상황은 그래서 이례적이다. 친한(친한동훈)계와 친윤(친윤석열)계 간 전면전 양상으로까지 비화되자 여당 내부에선 “(의원총회) 표결에 부치면 국민의힘 전체가 바보 되는 것이다.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원만한 합의책을 가져와야 한다”(김용태 의원)는 우려 목소리도 나왔다.
일각에선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가 진행되더라도 김 여사 리스크가 증폭되는 상황을 되돌리기 어렵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이석수 초대 특별감찰관은 “특별감찰관을 임명하는 게 원칙적으로는 맞는다”면서도 “조직이 정상 가동되기까지 최소 2~3개월 이상이 걸릴 텐데 현 정국에서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