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빙인 미국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한국 경제는 원·달러 환율 급등, 수출 둔화 등의 대내외 불확실성을 마주하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에 따른 ‘트럼프 리스크’는 한국의 수출 전망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우는 중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하방위험이 있다고 생각이 들고, 경기 상황의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27일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20일 일 평균 수출액은 지난해 대비 1.0% 증가했다. 같은 일수 기준 8월과 9월이 18.5%, 18.0% 늘어난 것에 비하면 크게 축소된 것이다. 지난 24일 발표한 한국은행의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결과 수출이 7분기 만에 전 분기 대비 감소한 데 이어 둔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통상 정책에서 우방국 비우방국을 가리지 않는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전망이 나오면서 한국의 수출 전선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 시 중국산에는 60%, 나머지 국가 수입품에는 10~20%의 보편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했다. 중국을 주 타깃으로 했지만 한국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이날 한국무역협회 무역통계시스템에 따르면 1~9월 누적 대미 무역수지는 399억 달러 흑자다. 그는 지난 4일 폭스 비즈니스뉴스 인터뷰에서 한국에 대해 “무역에 있어서는 적국”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에 일조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 공약도 그 연장선에 있다. 무역협회가 지난해 8월 발간한 동향 보고서를 보면 IRA 발효 이후인 지난해 상반기 기준 미국의 한국 전기차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했다.
다만 ‘트럼프 재집권’이 한국 수출에 꼭 부정적인 영향만을 주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관세가 10~20%가 되면 한국이 손해를 본다는 견해가 있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중국과 한국의 경쟁이 심한데 오히려 이익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3분기 수출이 전 분기 대비 감소한 것의 영향 역시 좀 더 시간을 두고 평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최 부총리도 같은 날 미국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수출은 증가율 자체가 예상보다 부족하다”면서도 “3분기 수출은 자동차 파업 등 일시적인 부분들도 작용했고, 그간 수출이 6분기 동안 계속 증가율이 높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기저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경제성장률 제고를 위한 내수 진작에도 총력을 기울인다는 입장이다. 내수 파급력이 큰 부동산 시장 활성화가 보완책으로 거론된다. 최 부총리는 “내수에서 건설이 약하다”며 “부동산 공급대책의 집행 속도를 높이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투자의 GDP 성장 기여도는 3분기 -0.4% 포인트로 2분기(-0.3% 포인트)에 비해 악화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