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증원철회” 고수한 박단… 의료계 내부도 떨떠름

입력 2024-10-28 00:03
서울 한 대형병원에서 27일 환자가 휠체어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전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의·정 갈등을 풀기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났지만 빈손 논의에 그쳤다. 박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2025년 증원부터 철회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위원장이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거부하는 등 줄곧 대화 거부만 하면서 전공의 내부에서도 반발 조짐을 보이고 있다.

27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박 위원장은 이 대표와의 만남 직후 SNS에 “협의체에 참여할 생각 없다. 대전협의 7가지 요구안도 변함없다”고 적었다. 7가지 요구안 가운데 과학적 의사 수급 추계기구 설치, 수련환경 개선, 불가항력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대책 마련, 전공의에 사과 등 6가지 요구는 이미 정부가 수용했다. ‘의대 증원 백지화’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태다. 결국 의대 증원을 철회하라는 요구를 반복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의료계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다음 달 14일 수능을 앞두고 박 위원장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2025학년도 증원 철회’만 요구하고 있는 상황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현재 외부로 나오는 전공의 목소리는 박 위원장 메시지가 전부인데, 그의 말이 다 옳다고 볼 수 없는 데다 다른 전공의들이 어느 정도 뜻을 함께하는지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전공의가 의·정 갈등 국면에서 중요한 건 맞지만 의료체계 정상화를 고려할 때 이렇게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고 지적했다.

전공의 사이에서도 대전협을 통하지 않고 별도의 해결 방법을 모색하려는 시도가 감지되고 있다. 한 사직 전공의는 “현실적으로 수능까지 치르게 되면 의대 증원을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박 위원장이 문제를 해결할 타이밍을 놓친 것”이라며 “SNS에 메시지만 올리면서 실질적인 행동은 하지 않다 보니 전공의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나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수련을 이어가고 싶은 전공의 중에는 ‘이럴 바에는 돌아가겠다’는 의견도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박 위원장이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에 대해 날을 세우며 사퇴를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전공의 문제에 대해선 별다른 의견을 내지 않는 데 대한 반발도 큰 것으로 전해졌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전공의를 주축으로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박 위원장은 지난 21일 SNS에 “(임 회장이) 의협 이사를 통해 새로운 전공의 단체, 즉 괴뢰 집단을 세우려던 정황 역시 여기저기서 확인된다”고 주장했다. 다만 실제로는 별도 전공의 조직이 만들어진 게 아니라 병원 단위별로 전공의들이 의견을 나누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직 전공의인 임진수 의협 기획이사는 “실체가 있는 조직이 아니라 전공의끼리 지속해서 의견을 교환하는 수준인데 내용이 와전된 것 같다”며 “여러 의견을 주는 전공의가 많다”고 말했다.

김유나 이정헌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