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507주년을 맞아 한국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이 광장과 거리로 나섰다. 편향된 인권 옹호와 동성혼 합법화 분위기로 치닫는 세태 한복판에서 성경의 창조질서와 함께 건강한 가정과 다음세대를 지켜 나가겠다는 선포·다짐과 함께 기도를 하기 위해서다.
종교개혁 기념주일인 27일 오후 2시 서울 광화문광장과 시청앞 광장, 서울역 일대를 비롯해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과 여의대로에 인파가 빼곡하게 들어섰다. ‘10·27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참가자들이었다. 서울 인천 대전 대구 광주 부산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목회자들과 성도들로 주최측 추산 110만명이 모였다. 여의도공원 등 특정 집회장소를 제외하고 이 같은 대규모 인원이 모여 연합예배를 드린 건 처음이다.
“아버지여 고쳐 주소서. 이 나라 주의 것 되게 하소서. 주 하나님 간절히 기도하오니 상한 이 땅 새롭게 하소서.”
찬양으로 막이 오른 이날 연합예배는 당초 광화문광장과 서울시청, 서울역 일대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참가자가 많아지면서 안전 등을 이유로 여의도 국회의사당과 여의도공원 일대로 확장·분산 개최됐다. 주최측 추산 25만여명이 모인 여의도에서는 광화문 예배 현장이 생중계됐다.
설교자로 나선 목회자들은 동성애 등 반성경적 성오염 물결을 막아내는 데 힘을 모으자고 역설했다.
박한수 제자광성교회 목사는 “대다수는 혐오와 차별, 인권이라는 핑계로 포괄적 차금법을 이해하지만 그 실체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법”이라며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거룩한 방파제를 세워야 성적 타락의 쓰나미를 막을 수 있다”고 호소했다. 김양재 우리들교회 목사도 “한국교회가 가정 같은 교회, 교회 같은 가정이 되면 악한 길에서 돌이켜 살아날 수 있다”며 “우리의 회개를 통해 건강한 가정과 거룩한 나라가 세워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현장에서는 차금법 등이 이미 법으로 통과된 미국 영국 독일이 직면한 반성경적인 성오염 실태도 공유됐다. 브라이언 채플 미 커버넌트신학교 명예총장과 안드레아 윌리엄스 영국 크리스천컨선 대표, 하인리히 덕센 독일 본 대학교 총장은 무대에 올라 각각 자국 교회의 방관 아래 가족이 해체되고 성경적 가치관이 억압받는 현실을 전했다. 그러면서 한국사회와 교회가 비슷한 우를 범하지 않도록 기도하며 힘을 모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후 행사장에서는 침묵의 외침 시간이 이어졌다. ‘다수의 역차별 조장하는 차별금지법 반대’ ‘동성커플 피부양자 인정, 가정파괴·도덕 붕괴’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든 참석자들은 소리치기보다는 침묵으로 나라와 교회를 위해 기도하는 ‘사일런스 피케팅(silence picketing·침묵시위)’을 펼쳤다. 과격한 표현 대신 조용한 행동으로 한국교회의 뜻을 우리 사회에 전하자는 취지였다.
주최 측은 참석자들과 함께 ‘대한민국을 새롭게 하기 위한 1000만 기독교인 10·27 선언문’을 발표했다.
참석자들은 “창조 질서를 부정하는 성오염과 생명 경시로 가정과 다음세대가 위협받는 가운데 하나님께 기도하고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한다”며 “1000만 기독교인은 대한민국이 생명의 나라, 자유의 나라, 창조의 나라, 기적의 나라가 되도록 섬기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정부를 향해서는 동성결합을 사실혼 관계와 같게 취급하려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위법한 자격관리 업무처리 지침을 즉각 개정할 것을 촉구했다. 법조계에는 성전환 수술 없는 성별 정정을 허용하거나 동성결합 합법화의 길을 여는 판결을 하지 말 것을 호소했다. 또 입법기관인 국회에는 ‘제3의 성’을 인정하는 차금법 등 악법을 제정하지 말 것, 교육부에는 동성애 조장과 성적 수치심을 일으키는 초·중등 교과서 내용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행사 현장에선 저출생과 동성애 문제에 맞서 성경적 가치관을 실천 중인 가정과 청소년들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결혼 3년차 김성훈(39) 최가슬(37) 부부는 두 살배기 아들과 함께 예배의 자리에 나왔다. 최씨 배 속엔 8개월 된 태아도 있었다. 최씨는 “임신과 출산의 열매인 아이들은 세상이 줄 수 없는 기쁨을 준다. 많은 이들이 경험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애린(17)양은 “이미 학교에서는 젠더이데올로기를 가르치고 주변 친구들은 이를 당당히 받아들이고 동성커플 학생들이 당당히 커밍아웃하는 분위기”라며 “성경은 분명히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셨다고 말씀하셨다. 크리스천으로서 이 성경 말씀대로 살고 진실을 알리고 싶다”고 전했다.
주최 측은 연합예배를 통해 조성된 후원금을 사회적 약자인 자립준비청년과 탈북민, 미혼모 돌봄 단체 등을 지원하는 데 쓰겠다고 밝혔다. 앞서 주최측은 200억원 모금운동의 1차 목표액인 100억여원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에 전달했다. 또 이날 현장에서는 소아암·난치병 환자를 위한 헌혈 캠페인도 동시에 진행됐다.
임보혁 최경식 유경진 김수연 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