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엔 年 35만명 환자 예상
‘젊은 뇌졸중’ 뇌출혈 비율 높아
뇌졸중센터 지역간 불균형 심각
병원 간 재이송 시간 단축 위해
인적 네트워크 사업 등 확대 필요
‘젊은 뇌졸중’ 뇌출혈 비율 높아
뇌졸중센터 지역간 불균형 심각
병원 간 재이송 시간 단축 위해
인적 네트워크 사업 등 확대 필요
29일은 ‘세계 뇌졸중의 날’이다. 대한뇌졸중학회에 따르면 고령화 추세 속에 매년 새로운 뇌졸중 환자가 11만~15만명씩 생기고 있으며, 현 추세라면 2050년엔 연간 35만명의 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뇌졸중학회 정책 이사인 이경복(아래 사진) 순천향대서울병원 신경과 교수와 인터뷰를 통해 국내 뇌졸중 발생 추세와 치료 시스템의 문제점 및 개선 방안을 짚어봤다.
뇌졸중은 1990년대 초반만 해도 뇌내출혈이 30%를 넘었으나 현재는 10~15% 정도이고, 뇌경색이 약 80%로 월등히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꾸준한 국민건강검진으로 뇌출혈의 가장 중요한 위험 인자인 고혈압 조절이 이전보다 잘 되고 있는 덕분이란 게 학계의 평가다. 고령층뿐 아니라 최근엔 40·50대 젊은 뇌졸중 환자도 느는 추세다. 전체 환자의 10~15%가 50세 이하에서 발생한다.
10~15%는 50세 이하에서 발생
‘젊은 뇌졸중’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장·노년기에 비해 뇌출혈 비율이 높다. 젊은 층의 경우 뇌경색이 50~60%, 뇌출혈이 40~50%를 차지한다. 고혈압 당뇨 심장질환 비만 음주 흡연 등이 원인으로 꼽히며 장·노년기 뇌졸중보다 다양하다. 20·30대 뇌졸중은 혈전(피떡)을 잘 만드는 혈액 질환이나 혈관염, 목동맥 혹은 척추동맥의 박리, 모야모야병, 편두통 등도 위험 인자이며 여성인 경우 임신과 호르몬제 복용 등도 원인이 된다. 이 교수는 28일 “젊은 환자일수록 뇌졸중이 회복돼 가정과 사회로의 복귀 가능성이 더욱 중요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재활과 우울증 등 심리적 지지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급성 뇌경색은 증상 발생 후 3시간 안에 병원에 도착해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치료를 받으면 뇌 손상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골든타임 내 도착 비율은 10년 전에 비해 거의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 교수는 “3시간 내 병원 방문 환자는 전체의 30%가 채 되지 않는다. 국가적으로 환자 인식 교육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119 이송 시 치료 가능한 첫 번째 병원으로 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현재 지침상에는 뇌졸중센터로 이송하도록 돼 있지 않아 문제”라고 했다. 지역 응급의료센터의 30% 이상이 급성 뇌졸중 환자에 대한 24시간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현실을 고려할 때 병원 간 재이송에 시간이 오래 걸려 골든타임을 놓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현재 전국에는 학회 인증을 받은 86개의 뇌졸중센터가 있으며 이 중 75곳은 급성기 혈관 재개통 치료가 가능하다. 문제는 지역적으로 불균등하게 분포돼 거의 대부분의 센터는 대도시에 위치해 있다. 충남과 전남에는 아예 없다. 이 교수는 “뇌졸중센터의 질 관리는 인증 과정에서 철저히 평가하고 있다”면서도 “앞서 언급했듯이 119 이송지침에는 뇌졸중센터로 이송하도록 돼 있지 않기 때문에 첫 병원의 선택이 잘못됐을 때 골든타임을 놓칠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뇌졸중 환자의 병원 도착 시간이 늦을수록 예후는 나쁠 수밖에 없다. 증상 발생 3시간 이후에 도착하면 막힌 정맥에 투여해 혈전을 녹이는 약물의 효과가 적고 동맥에서 혈전을 직접 제거하는 치료를 받더라도 후유증이 남을 가능성이 높다. 4시간30분 이후 도착하면 막힌 동맥이나 정맥 주변에서 이미 존재하는 다른 혈관이나 새롭게 생겨난 작은 혈관 등이 혈액 공급을 대신하는 ‘측부 순환’이 좋은 일부 환자를 제외하곤 동맥 혈전 제거 치료도 효과가 없는 경우가 많아진다. 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10차 급성기 뇌졸중 적정성 평가 결과를 보면 응급실 도착 중앙값은 3시간44분이었다.
‘네트워크’ 효율화 위한 예산 늘려야
보건복지부는 지난 2월부터 뇌졸중학회와 함께 심뇌혈관질환 진료 협력 활성화를 위해 ‘권역 및 인적 네트워크’ 시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중증·응급 심뇌혈관 질환자가 이송 병원을 정하지 못하거나 최초 병원에서 치료받지 못해 다른 곳으로 재이송되는 사례가 빈번해지자 의료진 간 소통을 강화해 지연 요소를 최소화해 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권역 네트워크 사업이 병원 전 단계, 즉 119 대응에서부터 시간을 단축하고자 한 것이라면 인적 네트워크 사업은 병원 간 재이송 시간을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권역 네트워크 사업은 급성 뇌졸중 환자 발생 시 119가 권역별로 지정된 심뇌혈관센터의 응급실 선별(triage) 담당 전문의에게 연락하고 응급 진료가 가능한 기관으로 이송하는 시스템이다. 인적 네트워크 사업은 응급실에 환자를 받았으나 해당 기관에서 치료가 어려운 경우 의료진 간 카카오톡 채널로 소통해 연계된 다른 기관으로 이송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권역 네트워크 사업 이행 실적은 저조했으나 인적 네트워크 건수는 증가 추세여서 9월 말 기준 모두 379건이 의뢰된 것으로 파악됐다.
학회는 최근 열린 한국뇌졸중네트워크 심포지엄에서 급성 뇌졸중의 경우 권역센터에서 각 전문 진료과(신경과, 신경외과 등) 의료진이 주도하는 환자 분류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는 119가 직접 해당 진료과나 응급의학과에 연락해 환자 선별을 결정하는데, 해당 과가 진료할 수 있다고 해서 내원하는 경우에도 응급실 사정상 거부되는 일이 종종 벌어진다.
이 교수는 “물론 모든 환자를 전문 진료과가 수용하지 못할 때도 있지만, 전문과가 수용하고 진료할 수 있음에도 응급실에서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전문과 의료진이 주도하는 환자 분류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방청도 중증·응급 심뇌혈질환자들을 신고 당시부터 조기에 평가하기 위해 상황실 단계에서 환자 분류 작업을 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다.
이 교수는 “환자 분류 단계에서 119의 역량이나 역할이 커지는 것에 동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다만 1명의 뇌졸중 환자를 진단하려면 3~4명의 의심 환자를 감별해야 하고 전문 지식과 임상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에 119대원의 교육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인적 네트워크 사업의 경우 참여 병원 숫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예산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이 사업은 초급성기 응급 시술(혈전 용해 등) 환자를 수용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시술 전문의가 있는 병원이 최소 5~6개 참여해야 한다. 특히 수도권은 환자 수가 많아 서울 강북의 경우 10곳 이상의 병원이 관여하고 있지만 총 예산은 연 3억원이 되지 않는다. 이 교수는 “운영비를 빼고 나면 각 병원 전문의가 직접 받는 당직 대기 수당이나 시술 수당은 매우 적다”면서 “인적 네트워크 사업이 효율적으로 운영되는지 치료 환자의 예후를 향상시키는지를 면밀히 파악하고 효과가 분명하다면 예산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