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 철야예배에 청소년들이 맨 앞에 선 까닭은

입력 2024-10-28 03:03
부산 수영로교회 성도들이 지난 25일 교회 본당에서 열린 금요철야집회에서 이규현(왼쪽) 목사의 인도로 기도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단상 앞까지 나와 일어선 채 기도하고 있다. 수영로교회 제공

25일 오후 11시30분 부산 해운대구 수영로교회(이규현 목사) 본당.

청소년 200여명이 본당 강대상 앞으로 몰려나와 무릎을 꿇고 기도에 여념이 없었다. 그 뒤로 청년들과 장로 권사 등 중직자를 비롯해 성도 6000여명이 두 손을 치켜든 채 기도의 불꽃을 피워 올렸다.

수영로교회의 트레이드마크인 ‘금철(금요철야예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이 교회 설립자인 정필도 원로목사 시절 교역자, 장년들이 기도하던 강단 앞자리를 ‘다음세대에게 내어주자’는 의미에서 이어져 온 전통이다.

선선한 가을밤 하늘 아래 ‘불타는 금요일(불금)’을 누리고픈 유혹을 떨치고 예배당으로 발걸음을 옮긴 이들의 기도는 자정을 넘어 새벽 2시까지 이어졌다.

교회공동체 전 세대가 4시간이 넘도록 기도할 수 있는 비결은 어디에 있을까. 교회 측은 본 기도회 시작 전 ‘영적 온도’를 높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일종의 예열과정을 둔 셈이다. 기도회 참석자들은 금요 철야집회 시작 한 시간 전부터 중직자, 청년, 어린이 부서별로 흩어져 기도회를 했다. 중보기도 조장들이 모여 기도하는가 하면 교육관에서는 4개 청년팀이 각각 시간과 공간을 달리해 청년부 기도회를 드렸다.

본당에서 진행하는 중보기도회가 한국교회, 나라와 민족 등 거시적인 주제를 놓고 기도한다면 부서별 기도회에서는 이웃과 주변을 위한 세밀한 기도를 드린다. 청년1팀 회장 강동희(24)씨는 “소그룹은 학교 지역 등 더 작은 단위로 구성돼 있다”며 “이곳에서는 ‘내가 서 있는 곳’을 위한 구체적인 기도를 나눈다”고 전했다.

특별히 이날은 ‘기도로 밤을 뚫다’를 주제로 한 금요철야 콘퍼런스가 진행됐다. 수영로교회의 금요철야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한 기도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오전 세미나에서 이규현 목사는 ‘금철(금요철야) 하는 교회는 다르다’를 주제로 한 강의에서 “기도는 교회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성경의 사람들은 기도로 모든 난관을 헤쳐나갔다”며 “예수님은 친히 기도의 모델이 되셨다”고 말했다. 이어 아브라함 모세 한나 다윗 요나 느헤미야 등 성경 인물을 나열하면서 “모든 위대한 성경 인물은 기도를 통해 인간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덧붙였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외부 교회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교회의 절반 이상은 “금요일 철야 예배를 드리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 목사는 “많은 교회가 기도를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가져온다. 한국교회 안에 프로그램이 너무 많아졌다”면서 “기도는 유행을 타지 않으며 교회 성장을 위한 수단과 방법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온실의 화초가 아니다. 광야의 잡초다.” 이 목사가 언급한 ‘잡초’는 교회의 야성(野性)을 의미한다. 그는 “하나님 앞에 나아가 생명을 걸고 부르짖는 기도를 할 때 믿음이 생긴다”며 “기도의 본질을 아는 것과 동시에 밤을 새워서 하는 기도를 시도하는 한국교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부산=박윤서 기자 pyun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