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딸 입양에 위탁양육까지… “우리집은 작은 천국 같아요”

입력 2024-10-29 03:05 수정 2024-10-29 03:05
오창화 집사 가족이 2022년 추석 때 서울 구로구 오 집사의 집 마당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오현우·오현지·며느리 오한나·오현수·오현서·유금지 권사·오 집사·오현비. 오창화 집사 제공

쌍둥이 딸을 입양하고 현재 세 번째 위탁양육을 하고 있는 오창화(54) 집사는 “지금까지 돌본 8명의 아이들 모두가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자녀들”이라고 말했다. 지난 24일 서울 구로구의 한 아파트에서 만난 오 집사와 유금지(54) 권사의 가정은 갓난아기의 울음소리와 돌봄으로 분주했다. 이들은 친자녀 현우(25), 현수(23), 현지(16) 외에도 쌍둥이 딸 현비(13)와 현서(13)를 입양해 다섯자녀를 두고 2021년부터는 위탁양육을 시작해 현재 세 번째 위탁아기를 돌보고 있다.

부부는 온누리교회 청년부에서 만나 결혼했다. 하용조 목사의 주례로 진행된 결혼식은 하나님께만 영광을 드리는 혼인예배로, 믿지 않는 친척들을 전도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다 넷째 아이가 태중에서 세상을 떠나는 슬픔을 겪은 뒤 준비해왔던 입양을 결정하게 됐다. 유 권사가 먼저 입양에 대한 마음을 품었고, 오 집사도 기도 중 환상을 통해 확신을 얻었다. 오 집사는 “하루는 아내가 가족들을 다 불러놓고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게 맞는지 다같이 기도하게 했는데 눈을 감고 연꽃 두 개가 연못에서 달려오는 환상과 함께 하나님께서 내딸이라고 말씀하신 음성을 들었다”며 “기도 이후 첫째는 ‘하나님이 보내주셨다’, 둘째는 ‘하나님이 기뻐하신다’라고 말했고 아내도 자신과 똑같은 환상을 봤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2011년 오 집사 부부는 쌍둥이 딸을 입양했다. 오 집사는 “아이들을 처음 만났을 때 보육원에 있었다는 사실이 미안해서 울었던 기억이 난다”며 “아들 둘과 입양하는 딸이 12살 차이가 나는데 현재는 미국에 있는 아들들이 끊임없이 쌍둥이를 그리워하고 만나면 사랑으로 예뻐하는 모습을 본다”고 전했다.

유 권사는 “내가 현비와 현서의 엄마가 된 것이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선물”이라며 “아이들을 돌보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렇게 예쁜 아이들이 내 자녀가 된 것은 하나님께서 주신 큰 축복”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녀는 울먹이며 말했다. “제가 늘 우리 애들한테 반 장난처럼 하는 말이 있어요. 만약에 우리 옆집에 너희들이 입양이 됐다면 엄마는 늘 부러워서 그 집 앞에 기웃거리며 ‘내가 너희들같이 예쁜 아가를 입양할 수 있었을까’ 생각하며 살았을 거라고요. 그런데 그런 부러운 사람이 내가 됐고, 그것에 대해서 늘 하나님 앞에 감사드려요.”

오 집사 부부는 2021년 코로나 팬데믹 중 위탁양육을 시작했다. 첫 두 아이는 베이비박스를 통해 보호된 아이들이었다. 오 집사는 “당시 위기임산부를 돕는다는 입양특례법이 아이들을 보호하기 어렵게 만들고 대다수의 아이들이 베이비박스를 통해 보육원으로 보내졌다”며 “우리 가정은 그런 아이들이 가정의 따뜻함을 경험하도록 도왔다”고 했다. 부부는 단순히 아이들을 돌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아이들이 안정적인 가정으로 입양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섰다. 오 집사는 베이비박스에서 아기를 받아 입양 보낸 5곳의 보육원을 아동일시보호센터로 등록시키는 등 입양 절차를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오 집사는 “처음 위탁아동을 돌볼 때 하나님께서 ‘이 아이가 너의 아들이다’라는 말씀을 주셨다”며 “잠깐 돌보는 역할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순간 사랑과 책임감을 새롭게 깨달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아이들이 입양된 후에도 요게벳의 심정으로 그 아이들이 내 자녀라 기억하며 그들과 그 과정을 축복하며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유 권사는 위탁아동을 돌보면서 가정의 사랑과 연합이 더 깊어졌다고 말한다. “아기는 절대적인 도움이 필요한 존재입니다. 그 연약한 존재를 온 가족이 함께 돌보면서 저희 가족은 더욱 하나가 됐고, 아이들은 생명의 소중함과 약한 자를 돌보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웠습니다.”

쌍둥이 딸들은 매일 스스로 아침 6시에 일어나 아기에게 우유를 먹이고 기저귀도 갈고 새옷도 입혀주고 ‘누나들 학교 다녀올게’라며 출발한다. 유 권사는 “자녀들이 위탁아동을 돌보며 부모의 사랑을 새롭게 체험하게 된다”며 “셋째도 엄마 없는 사이에 아기를 돌보고 아빠도 많이 도와주며 가족의 협력이 빛나게 된다”고 설명했다.

오창화 집사 부부는 결혼을 두려워하는 청년들에게 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하나님이 처음 인간에게 주신 축복이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것임을 상기시켰다. 오 집사는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할 때 우리가 누릴 수 있는 축복은 생각보다 더 크고 좋다”며 “자녀를 통해 하나님의 형상을 경험하는 것이 놀라운 은혜”라고 말했다. 그는 “부부가 친밀하게 기도하고 자녀를 양육할 수 있는 복은 가정을 통해 누릴 수 있는 가장 귀한 은혜”라며 가정은 아이들을 온전히 양육하는 모델이자 하나님께서 주신 축복의 통로라고 설명했다.

유 권사는 결혼과 가정에 대한 두려움과 경제적 부담을 느끼는 청년들에게 믿음을 가질 것을 권했다. 그녀는 “하나님이 명령하신 것은 하나님께서 책임 지신다는 믿음이 필요하다”며 결혼을 자아성취의 일환이 아닌 중요한 사명으로 받아들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자녀 출산의 아름다움과 경이로움에 대해 “자녀는 내가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아름다움과 기쁨을 준다”며 “자녀를 양육하는 것이 사회 공헌 이상의 귀중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녀는 직장에 다니지 않는 자신이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어려움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결혼과 자녀 출산을 두려워하지 말고 믿음으로 용기 있게 나아가길 바란다는 메시지도 전했다.

이들은 “모든 아이들이 하나님의 소망이자 축복”이라며 그들의 가정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이 더 넓고 깊게 퍼져나가길 기도하고 있다. “아이들이 많아도 하나님께서 모든 필요를 채워주실 것이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저희 가정은 하나님께서 세우신 작은 천국 같은 곳이에요.”

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