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세 이상 4기 대장암 환자도 전이된 부위의 암 병변을 완전 제거하는 수술을 받으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국제 학계에 보고됐다. 고령화 추세 속에 점차 늘고 있는 전이성 대장암 환자에 대한 치료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려대 구로병원 대장항문외과 봉준우 교수는 2015~2020년 간과 폐, 복막 전이로 다학제 치료를 받은 80~93세 대장암 환자 113명을 대상으로 완전 절제 수술군(40명)과 완화 절제 수술군(47명), 절제 안한 그룹(26명)으로 나눠 3년 생존율을 조사했다. 완전 절제는 전이된 모든 부위의 암을 제거하는 것을 말한다. 완화 절제는 환자의 기저 질환, 치료 의지, 절제 범위 등을 고려해 일부만 제거한 것이다.
연구 결과, 완전 절제군의 3년 생존율은 60%로 완화 절제군(26.3%)보다 2.3배, 절제 안한 그룹(10.3%)보다는 5.8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장암 치료의 표준은 수술이지만 80세 이상의 초고령 환자에는 표준 치료 자체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 특히 원격 전이가 있는 경우 항암치료가 대부분이고 아무런 치료를 하지 않기도 한다.
봉 교수는 28일 “고령 환자는 기저 질환과 치료에 대한 부담감으로 적극적인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80세 이상 4기 대장암 환자에게도 수술 치료가 효과적임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고령이라 하더라도 환자 상태를 면밀히 평가하고 의료진과 충분한 상의를 통해 적극적인 치료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벨기에에서 열린 유럽종양외과학회 학술대회에서 최우수 논문상을 받았다. 봉 교수는 “고령 인구가 많은 유럽에서도 80세를 넘으면 수술을 잘 하지 않기에 이번 연구에 관심을 많이 보였다”고 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