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삼(사진)이 대장암의 성장을 억제하고 장과 뼈 건강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지난 27일부터 제주에서 열리고 있는 고려인삼학회 추계학술대회에는 한국 미국 일본 중국 등 연구진의 홍삼 관련 새로운 연구 내용이 다수 발표됐다.
경북대 동물생물공학과 김명옥, 생명공학부 류재웅 교수팀은 홍삼의 주요 약리 성분인 사포닌의 일종인 ‘Rh2’가 대장암세포의 증식과 이동, 침투를 억제한다는 사실을 동물실험을 통해 규명했다. 해당 성분이 대장암세포의 세포 주기 중 G₁기(세포 증식 휴지기)와 G₂기(세포 증식 시작 단계)에서 암세포 사멸을 유도한다는 점도 확인했다. 또 대장암에선 암의 전이와 종양 형성을 촉진하는 단백질 ‘AXL’이 과발현되는데, Rh2 성분이 AXL과 직접 결합해 암세포의 신호 전달 경로와 종양 성장을 억제한다는 점을 밝혀냈다. 김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항암 치료에서 부작용은 줄이고 보다 근원적인 치료가 가능한 천연물 기반의 안전한 신약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미국 미시간주립대 생리학과 파라메스와란 교수는 홍삼 추출물 섭취가 장내 미생물(마이크로바이옴) 불균형으로 인한 뼈 손실과 ‘장 누수 증후군’을 예방한다는 점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앞서 장내 미생물 균형이 뼈 건강의 중요한 조절 인자라는 점을 밝혀 국제 학술지에 보고한 바 있다. 장 누수 증후군은 장의 점막 세포가 손상되고 장벽이 약화돼 그 사이로 여러 물질이 드나들 수 있는 상태로 가스, 설사, 변비, 복부 팽만감, 소화불량 등을 초래한다.
연구팀은 쥐모델에 2주간 항생제를 투여한 뒤 4주간 매일 홍삼 500㎎ 투여군과 항생제만 투여한 그룹으로 나눠 관찰했다. 그 결과 항생제 단독 투여군은 대퇴골과 척추 부위 해면골(스펀지 모양 엉성한 뼈 조직) 두께가 줄었고 뼈 손실이 유발됐다. 반면 홍삼 섭취군은 대퇴골 해면골 수가 증가하고 간격이 감소해 대퇴골 부피가 증가했다. 두 그룹의 대변 추출물 확인 결과 홍삼 섭취군에서만 장내 유익한 미생물 균총이 많아지는 ‘알파 다양성’이 유의하게 풍부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장벽 내 투과성 평가 결과 항생제 단독 투여군에선 장내 누수 증후군이 증가한 반면 홍삼 섭취군에선 유의하게 감소했다. 연구진은 “홍삼의 프로바이오틱스 효과를 확인하고 향후 골다공증 치료제로 개발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세종대 바이오융합부 이영주 교수팀은 홍삼을 꾸준히 섭취하면 여성 호르몬 수치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자궁 내막증 개선에 효과적이라는 연구를 발표해 주목받았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