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항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 될 수도

입력 2024-10-29 03:08

인간은 누구나 늙지만 모든 사람이 같은 속도로 늙는 건 아니다. 노화가 시간의 흐름만을 반영하는 게 아니라는 점에서 그 속도를 늦출 방법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줄기세포가 등장한다. 줄기세포는 노화 속도를 지연시키는 강력한 도구로 항노화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줄기세포는 몸 곳곳에 분포해 손상된 조직을 회복하고 새 세포를 만들어내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건 줄기세포가 나이를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골수 내 줄기세포는 어린아이와 같은 세포 상태를 유지한다. 이를 이용해 노화 세포를 대체할 수 있다. 노화는 세포가 점차 기능을 잃어가는 과정이나 그 속도를 늦추는 건 가능하다. 노화된 세포 옆에 젊은 줄기세포가 자리하면 전체 세포의 평균 연령을 낮출 수 있다.

줄기세포 중 골수에서 유래한 줄기세포는 기본적으로 매우 어린 세포로 이뤄져 있다. 다른 조직에 있는 줄기세포가 20살 정도라면 골수 내의 줄기세포들은 5~10살 정도의 세포 상태를 유지한다. 특히 골수 내에는 다양한 혈액을 생성할 조혈모 줄기세포와 조혈모 줄기세포의 최적화된 환경을 위해 기능하는 중간엽 줄기세포가 미분화 상태로 존재한다. 이런 어린 세포가 혈관에 주입되면 몸속 전체 세포의 평균 연령을 낮출 수 있다. 외모뿐 아니라 신체 기능 전반이 젊어지며 노화의 속도는 느려진다.

이 원리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과도 유사하다. 줄기세포가 활성화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생리적 시간이 더 천천히 흐른다. 같은 나이의 두 사람을 비교했을 때 줄기세포 치료를 받은 사람의 몸은 더 적은 시간의 손상을 입었기에 외관과 기능에서 더 젊어 보이는 것이다. 피부는 노화 징후를 가장 먼저 보여주는 부위다. 나이가 들면 피부가 얇아지고 탄력을 잃는데 줄기세포가 공급되면 진피와 피하지방층이 회복된다. 이는 노화 방지 시술과 같은 목표를 달성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변화를 이루는 방식이다.

줄기세포의 작용은 외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근육과 관절, 심지어 장기도 줄기세포의 영향을 받아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 특히 골수 내에서 생성한 줄기세포는 자가 복제 기능이 있어 사용된 줄기세포가 다시 복제된다.

마법 같은 소리로 들리겠지만 과학적으로도 충분히 논리적인 이야기다. 줄기세포는 ‘텔로미어’란 염색체 끝부분을 보호하고 연장하는 역할을 한다. 텔로미어는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조금씩 짧아지는데 이것이 세포 노화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다. 줄기세포는 이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속도를 늦추거나 되돌릴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그래서 줄기세포가 주입된 조직은 더 오랜 시간 젊음을 유지하게 된다.

또한 줄기세포는 ‘산화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역할도 한다. 산화 스트레스는 우리 몸의 세포를 손상시키는 ‘활성 산소종’(ROS)이라는 물질 때문에 발생한다. 줄기세포는 항산화 역할을 해서 이런 손상을 최소화하고 세포의 대사를 개선한다. 그 결과 에너지를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돼 노화 속도도 늦출 수 있다.

의학적으로 줄기세포는 노화의 속도를 늦추는 획기적인 치료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의 노화 방지 치료는 대체로 증상 완화에 그쳤지만 줄기세포는 원인 자체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손상된 세포를 직접 대체하고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내 근본적인 노화 지연을 가능케 한다. 또한 자가 복제 능력으로 지속적인 세포 공급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항노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젊은 노인’으로 살려면 하나님이 우리에게 준 최고의 선물인 줄기세포를 잘 관리해야 한다. 줄기세포가 최적의 환경에서 기능하기 위해선 건강한 생활 습관이 필수적이다. 영양 상태와 스트레스 관리, 충분한 수면과 적절한 운동이 함께 이뤄져야 줄기세포가 최적화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스트레스는 줄기세포의 재생 능력을 억제하고 체내 염증을 증가시켜 줄기세포 기능을 저하할 수 있다. 반면 충분한 휴식과 균형 잡힌 식단, 경건한 생활은 줄기세포가 활발히 작용하는 환경을 제공한다.

이창우 선한목자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