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오지 믿음의 꿈나무들, 선교의 일꾼으로 자라다

입력 2024-10-29 03:08
박성호(가운데 빨간 모자) 선교사가 2019년 코바 국제선교회 학생들과 함께 필리핀 바기오에 있는 육군사관학교를 견학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상급학교로 진학하는 아이들을 소집했다. 그들을 위한 학교 교복과 물품들을 구매하기 위해 도심으로 나가기 앞선 시각이었다. 그런데 이안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이를 찾아보라 했더니 들려 온 대답에 맥이 빠졌다. 진학을 포기하고 시골의 친척 집으로 일하러 떠났다는 것이었다.

농사 외엔 소득원이 없는 동네 아이들은 예전 한국의 보릿고개 같은 시절을 겪고 있다. 이 지역에는 초등학교밖에 없기에 진학하려면 외지로 나가야 한다. 학비는 물론 생활비에 대한 부담으로 결국 진학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

필리핀 다낙은 1년에 5개월은 외부와 교통이 끊기는 일로코스 산맥 끝자락의 마지막 동네로 루손섬의 아브라 지역에 있다. 우기만 되면 마을 진입을 위해 만들어진 밀림 사이의 길들은 침수, 파손되고 계곡물은 범람한다. 고질적인 산사태로 매년 길은 끊기고 만다. 게다가 반정부군의 출현 등은 외부와의 연결을 방해하는 요인이 된다. 5년 전에야 비로소 전기가 들어온, 아직도 밤하늘의 별빛이 유난히 밝은, 세상과 동떨어진 또 다른 세상이 이곳 다낙의 모습이다.

수년 전 아이들에게 장래 희망이 무엇인지를 적어보라고 했다. 결과에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았다. 많은 아이의 장래 희망은 단 7가지(목사 교사 간호사 운전기사 군인 엔지니어 식물학자)였다. 외부 세상과 거의 단절된 깊은 산속 아이들의 제한적인 꿈이었다.

2022년 필리핀 아브라주 팍파카로 가는 현지인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강을 건너는 모습.

갈대아 우르에서 아브람을 끌어내시고 그에게 하나님의 꿈을 보여주신 사건을 돌아보며 코바(COVA) 국제선교회는 그들에게 먼저 꿈을 심어주기 시작했다. 더불어 그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돕기 시작했다. 그들이 하나님의 사람이 되어 자신뿐 아니라 그 땅을 흔들어 깨우는 사람들이 되게 했다.

그동안 코바는 아이들의 진학을 돕기 위해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으며 마을의 초등학교 빈 교실을 활용해 도서관도 마련했다. 차량으로 최소 5시간 이상 걸리는 도시로 나가 대학교와 지역 방송국을 견학하고 8시간 이상 길을 달려 사관학교도 방문했다. 더 넓은 세상을 품을 수 있도록 한국 여행 프로그램 등도 진행했다.

거친 들판에서도 꽃은 핀다. 서서히 아이들은 눈을 뜨기 시작했고 아이들은 어느덧 더 넓은 세상을 향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자신들의 선배가 보여준 그 길을 가는데 이제 두려움이 사라졌다. 그리고 20년이 흘렀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꿈꾸던 사회의 한 일원으로 각자의 역할을 감당해가고 있다. 다낙과 함께 사역하는 팍파카 지역 아이 중에는 이미 현직 교사와 간호사, 기업 매니저 등으로 활동한다.

‘나를 따라오너라. 내가 너희를 사람 낚는 어부가 되게 하리라.’(마 4:19) 예수의 꿈을 품은 아이들은 이제 세상을 낚는 어부들이 되어 자신에게 주신 달란트대로 그들의 땅을 아름다운 하나님의 나라로 건설 중이다.

다낙(필리핀)=글·사진 박성호 선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