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상가교회, 작지만 복음으로 무장한 건강한 교회 꿈꾼다

입력 2024-10-28 03:13
이영규 남사 빛의숲교회 목사가 지난 23일 경기도 용인의 교회에서 지역사회를 향한 문화목회의 비전을 밝히고 있다. 용인=신석현 포토그래퍼

남사 빛의숲교회(이영규 목사)는 경기도 용인 처인구 한숲시티의 한 상가 4층에 자리 잡은 교회다. 91.1㎡(30평) 남짓한 작은 규모의 교회지만 지역사회에서 든든히 뿌리내리고 있었다.

지난 23일 교회에서 만난 이영규(46) 목사는 “코로나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12월 27일 부임했는데 텅빈 예배당을 보며 너무 막막했었다”면서 “모일 수 없다고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어서 온라인을 통해 교인들과 접점을 만들어 나갔다”고 말문을 열었다.

동탄역에서 13㎞ 정도 떨어져 있는 한숲시티는 2018년 6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6800가구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였다. 교회는 이듬해 개척했지만 곧바로 코로나가 터지면서 휘청거렸다. 이 목사는 이 교회 두 번째 목사지만 사실상 개척을 한 셈이었다.

설상가상으로 교회 주변엔 이미 10개에 달하는 교회가 있었다.

이 목사는 “부임하니 등록 교인은 한 명도 없었으니 오직 기도뿐, 다른 건 할 게 없었다”면서 “기도 중 ‘광야로 들어가라. 하나님이 구름 기둥과 불기둥으로 지키실 것이다’라고 설교한 대로 내가 살아보자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서울 강남의 한 대형교회 부교역자였던 이 목사는 “내가 광야에 서보니 일터를 갑자기 옮겨야 하는 성도, 당장 대출을 받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인 성도의 마음을 엿보게 됐다”고 고백했다.

건빵 전도를 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주민을 직접 만날 수 없게 되자 짧은 전도 문구와 교회 이름을 적은 스티커를 붙인 건빵을 동네 버스 정류장에 비치했다고 했다. 이른 아침 버스를 기다리던 주민들은 건빵을 하나도 남기지 않고 가져갔다.

건빵 덕분에 ‘개척의 레드오션’ 속에서 한 줄기 희망을 봤다. 예배 영상을 공유하기 위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것도 이 즈음이었다. 아담하지만 텅 빈 예배당에 선 이 목사는 새벽기도회와 수요예배, 주일예배 시간이 되면 어김없이 강단에 올라 카메라를 쳐다보고 메시지를 전했다.

이렇게 녹화한 예배 영상을 빠짐없이 유튜브에 올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유튜브를 보는 이들이 늘었고 오가며 교회를 찾는 이들도 생겼다. 공석이던 반주자를 대신해 평소 알고 지내던 피아노 전공자 4명에게 부탁해 예배에 필요한 각종 찬양 반주 파일을 받았다.

반주에 심혈을 기울인 건 이 목사가 예배 음악의 중요성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강원대 성악과 출신인 이 목사는 감리교신학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뒤 목사안수를 받았다.

예배 형식을 과감하게 바꾼 것도 이런 배경이 작용했다. 이 목사는 ‘시종’을 친 뒤 예배를 시작하고 가운을 입은 채 설교하던 전통을 내려놨다. 대신 직접 기타를 연주하며 예배 전 20분 동안 찬양을 했다. 코로나가 잦아들면서 하나 둘 늘기 시작한 교인들은 은혜가 가득한 예배에 점차 빠져들었다.

‘빛의숲기도’라는 이름의 유튜브 채널도 추가로 만들었다. 매일 오전 7~8시 사이에 기도문을 올리는데 하루도 빠지지 않고 200여명이 오픈 채팅방에 들어와 기도를 기다린다고 했다. 이 목사는 휴가와 해외 출장 때도 기도문을 거르지 않고 공유한다.

이 목사는 “안양에 사는 생면부지 권사님이 기도문을 보고 교회를 찾기도 했는데 나비효과처럼 작은 파동이 큰 파도로 퍼지는 것 같아 보람이 적지 않다”면서 “4년 동안 매주 월~금요일 1200개의 기도문을 나눴는데 내가 받는 은혜도 크다”고 소개했다.

빈 예배당이었지만 좌절하지 않고 자신만의 방법으로 목회한 결과인지 교인도 차츰 늘었다. 장년 교인 22명 중에는 유튜브와 검색엔진을 통해 교회를 찾은 비율이 전체 80%를 웃돈다.

지역사회에 든든히 뿌리내린 교회는 ‘세포’와 ‘충전소’ 역할을 감당하고 있다.

이 목사는 “개척은 새로운 세포가 생명력을 더하듯 지역사회에 새 물결을 만들어 내는 공간이자 누구나 쉬었다가 영적으로 충전할 수 있는 복음 충전소가 돼야 한다”면서 “작아도 필요한 교회가 돼 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사회도 큰 변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교회 바로 옆 공터에 다음 달부터 600가구 규모의 아파트 공사가 시작된다. 교회와 가까운 곳에 삼성반도체 공장이 들어온다는 발표도 있었다.

이 목사는 문화 목회에도 관심이 크다. 다음 달 3일 교회 창립 5주년을 기념해 음악회도 연다. 이 목사도 참여하는 목회자 합창단 ‘쉐퍼즈 앙상블’이 클라리넷과 피아노 전공자들과 함께 무대에 오른다. 석 달마다 전문 찬양팀을 초청해 ‘루체 워십’도 진행하고 있다. 지역 온라인 카페에 ‘줍깅(걸으면서 쓰레기 줍는 활동)’이나 ‘러닝’ 광고도 올려 교인과 주민이 만나는 기회도 마련한다. 주민들을 위해 예배당도 항상 개방한다.

이 목사는 “작지만 생명력을 잃지 않는 교회를 지향하고 선교하는 교회로 성숙해 나가려 한다”면서 “샘물처럼 지나다 ‘말씀 한 모금’ 들이키고 생명을 회복하는 교회를 세워가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용인=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