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엔진’ 수출 7분기 만에 마이너스 쇼크… 4분기도 불확실

입력 2024-10-25 00:12
게티이미지뱅크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당초 기대했던 성적의 5분의 1 수준에 그친 배경에는 그간 성장세를 견인했던 수출이 예상보다 부진한 영향이 컸다. 내수 회복세에 가까스로 역성장은 피했지만 수출 중심의 성장 경로에 빨간불이 켜졌다.

2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실질 GDP 성장률(속보치)’에 따르면 수출은 자동차,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전기 대비 0.4% 감소했다. 수출 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2022년 4분기(-3.7%) 이후 7분기 만이다.


수출에서 수입을 뺀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0.8% 포인트로 나타났다. 한국 경제의 ‘성장엔진’ 역할을 했던 수출에 비상등이 켜진 셈인데, 정부와 한은이 예상치 못했던 ‘성장 쇼크’다. 상대적으로 부진한 것으로 평가받던 내수의 성장 기여도가 0.9% 포인트를 기록하지 않았다면 역성장을 피하기 어려울 뻔했다.

정부와 한은은 본격적인 수출 침체로 판단하기엔 이르다는 입장이다. 한은은 수출 부진 이유로 정보기술 품목의 성장 속도 둔화와 자동차 등 비(非)IT 품목의 부진을 꼽았으나, 한국GM 파업,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등 일시적 요인 영향이 컸다는 점을 강조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당장 수출 경기가 꺾이고 침체하는 신호라기보다 조정 과정으로 해석한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역시 지난 2분기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 기저효과도 있다며 3분기 수출이 부진하다고 보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설명에도 수출 부진에 대한 우려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수출 성장률이 마이너스까지 갔다면 이것 자체로도 심각한 의미”라며 “(한은이 말한) 자동차 파업 요인도 전체로 봤을 때 얼마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최근 관세청 집계치에 따르면 이달 20일 기준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9% 감소했다. 주요 품목 10개 중 8개가 마이너스다.

더 큰 문제는 4분기다. 대내외 교역여건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분석이 많다. 중국의 경우 경기 부양책을 쓰고 있지만 경기 부진을 쉽사리 떨치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미국 대선 리스크도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한은에서 일시적 현상이라고 설명하지만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 보호무역을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 안심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 국장도 “8월 전망 때와 달리 글로벌 제조업 경기가 둔화하는 모습이고, 중국 경제도 내수를 중심으로 부진하다. 확실하게 말씀드리고 싶지만 불확실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3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부진하면서 11월 예정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전망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이날 보고서에서 “최근 수출 데이터는 성장을 위해 외부 부문(수출)에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고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진 가운데 GDP 성장의 구성이 점진적으로 수출 중심에서 내수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노무라증권도 이날 한국의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2.2%로 낮추면서 기준금리 인하 압박이 커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한은이 다음 달 금통위에서 금리를 내리긴 어려워 보인다며 비둘기파(완화 선호)적 동결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황인호 구정하 세종=이의재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