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 사람 죽이네” “저 자식” 싸움판 된 과방위 국감

입력 2024-10-25 00:25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4일 대통령 관저 불법증축 관련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불출석한 ‘21그램’ 김태영 대표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사진은 국회관계자가 동행명령장을 든 모습. 연합뉴스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때아닌 ‘욕설 듣기 평가’가 진행됐다. 기관 증인이 욕설을 했는지를 두고 여야 간 다툼이 벌어지자 위원회 차원에서 문제의 장면이 담긴 영상을 재생하며 욕설을 했는지 확인하는 촌극이 벌어진 것이다. 이 과정에서 야당 의원들도 “야 인마” “저 자식” 등 거친 언사를 하면서 국감장은 난장판이 됐다. 이 장면은 국회방송 등을 통해 전 국민에게 생중계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24일 방송통신위원회 등을 대상으로 종합감사를 진행했다. 오전 감사 중 방송문화진흥회 소속 직원이 갑자기 쓰러지면서 주변 참석자들이 응급조치에 나섰는데, 이 과정에서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부위원장)이 “XX, 사람을 죽이네, 죽여”라고 중얼거리는 장면이 포착된 것이 파행의 시작이었다.

쓰러진 직원이 병원으로 이송된 뒤 국감이 재개되자 노종면 민주당 의원이 욕설 문제를 제기했다. 노 의원은 “김 직무대행이 정회 도중 ‘숫자로 열여덟’이라는 욕설을 했다. 또 ‘다 죽이네, 죽여’라고 말했다”며 “국회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김 직무대행이 “앞부분에서 욕은 안 한 것 같다”고 맞섰고, 욕을 했느냐를 두고 여야 간에도 언쟁이 벌어졌다. 민주당 소속인 최민희 위원장은 “에잇틴(영어로 18)을 했느냐 안 했느냐가 문제”라면서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을 회의장에서 재생했다. 해당 영상에서 김 직무대행은 욕설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김 직무대행은 “표현이 부적절했던 것 자체는 인정하고 유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개인적으로 한 말이고 누군가를 특정한 게 아니다. 우리 직원들이 굉장히 큰 고통을 호소하는 상태에서 나도 감정이 좋을 리가 없다”고 항변했다.

앞서 항의하는 과정에서 김우영 민주당 의원은 김 직무대행을 향해 “저자” “인마” “저 자식” 등의 표현을 쓰며 소리를 질렀고, 김 직무대행도 “지금 뭐 하자는 건가”라며 맞받아치는 일도 있었다. 김 의원은 이후 “심한 표현을 쓴 것을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날 국감장 곳곳에서는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여야의 날선 신경전이 펼쳐졌다. 야당은 김 여사 관련 증인들이 불출석하자 동행명령장을 대거 발부하며 압박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대통령 관저 불법증축과 관련해 특혜 의혹이 제기된 김태영 21그램 대표 등 관련 증인 3명에 대한 동행명령장을 발부했다. 여당 의원들이 “정치적 쇼”라며 반발했지만 민주당 소속인 맹성규 국토위원장은 동행명령장 발부를 강행했다. 국회 교육위원회도 김 여사 관련 논문 대필 의혹이 제기된 설민신 한경국립대 교수 등에 대한 동행명령장이 야당 단독으로 의결됐다.

여야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 관련 감사위원회 회의록과 감사위원 개인 의견서 공개 여부를 두고 충돌했다. 민주당은 자료 제출을 거부한 최재해 감사원장과 최달영 사무총장을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기로 의결했다.

김판 송경모 기자 p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