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쇄신 기치… 젊은 엔지니어 출신 CEO 전면 배치

입력 2024-10-25 01:32

SK이노베이션이 다음 달 1일 SK E&S와의 합병을 앞두고 계열사 3곳의 최고경영자(CEO)를 바꿨다. 기술과 현장에 강한 젊은 엔지니어 출신을 전면에 배치하며 인적 쇄신의 닻을 올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달 말로 예정된 SK그룹 ‘CEO 세미나’에 연사로 나서기로 했던 인사가 교체되는 등 연말 정기 인사철을 앞두고 그룹 내부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SK이노베이션은 SK에너지, SK지오센트릭,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 계열사 3곳이 당면한 위기를 돌파하고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기술형 사장을 새로 선임했다고 24일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새 사장은 모두 이공계 출신으로 기술과 현장에 집중하는 것은 물론 SK이노베이션 계열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운영개선(OI·Operation Improvement)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SK에너지는 정제마진 약세, SK지오센트릭은 본업(석유화학)과 신사업(플라스틱 재활용)의 동반 부진,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전기차 수요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SK에너지 사장으로 선임된 김종화 전 SK에너지 울산 콤플렉스(CLX) 총괄은 정유·화학 사업을 두루 경험한 엔지니어다. 과거 SK지오센트릭 생산본부장직을 수행하기도 했다. SK지오센트릭 사장으로 온 최안섭 전 SK지오센트릭 소재사업본부장은 화학공학을 전공한 연구원 출신이다. SK지오센트릭 최적운영실장, 전략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SK아이이테크놀로지 사장으로 선임된 이상민 SK엔무브 그린성장본부장은 기계공학을 전공한 연구원으로서 SK㈜ 테크놀로지 이노베이션센터에서 첨단기술 개발을 맡은 바 있다.

40대 CEO를 포함한 젊은 사장단을 꾸린 것도 특징이다. 3사 사장단의 평균 나이는 58세에서 53세로 5살 낮아졌다. 이 사장은 1975년생으로 전임 김철중 사장(1966년생)보다 9살 어린 49세다. 최 사장은 전임 나경수 사장(1964년생)보다 8살 어리다. 김 사장은 전임자보다 1살 많다.

사장단 교체 인사는 SK지오센트릭을 시작으로 연쇄적으로 이뤄졌다. 박상규 SK이노베이션 사장은 이번 주 초 SK에너지와 SK아이이테크놀로지 전임 사장에게 교체 통보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SK지오센트릭은 약 두 달 전부터 사장 교체 사실을 알고 인수인계, 이·취임식 등을 준비했다. SK 관계자는 “오종훈 전 SK에너지 사장은 이달 말 열리는 CEO 세미나 연사로 나설 예정이었는데 약 2주 전 발표자에서 빠지면서 인사설이 돌았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를 그룹 차원의 고강도 인적 쇄신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중간 지주사인 SK이노베이션의 계열사에서 인사가 시작돼 그룹으로 올라가는 상향식 인적 재구조화를 진행할 것이란 얘기다. 다른 관계자는 “임원의 30%가 정리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며 “내부에선 대규모 물갈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황민혁 전성필 기자 ok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