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내부에서 ‘김건희 여사 리스크’ 출구전략을 놓고 ‘페이드아웃’(화면이 점점 어두워지는 효과)이라는 단어가 회자되고 있다. 김 여사의 ‘조용한 퇴장’에 방점을 찍은 해법이다. 이는 주로 국민의힘 중진들과 친윤(친윤석열)계 인사들을 중심으로 거론되고 있다.
이들은 친한(친한동훈)계에서 요구하는 김 여사의 공개활동 중단 같은 충격요법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야권이 이를 빌미로 오히려 탄핵 공세 수위를 더욱 높일 수 있다는 논리다. 여권 분열이 가속화되면서 ‘김건희 특검법’ 방어선이 헐거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부에서 나온다.
친윤계 핵심 관계자는 24일 통화에서 “여당 내부에서 친윤·친한을 막론하고 ‘김 여사가 잘했다’고 말할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중요한 건 야당 목표가 김 여사의 활동 중단이나 용산 인적 쇄신 수준이 아닌 윤석열 대통령 탄핵이라는 것”이라며 “이대로 여권 분열이 지속되면 탄핵 공세를 막아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한동훈 대표가 김 여사 문제 해법을 제시한 취지 자체에는 공감하지만, 방법론에서는 동의할 수 없다는 의미다.
친윤계에서는 여권 내홍이 심화될 경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1월 사법 리스크’를 헛되이 흘려보낼 수 있다는 지적도 한다. 이 대표가 11월 15일(공직선거법 위반)과 25일(위증교사 혐의) 2개 재판 선고에서 유죄를 받더라도 집안싸움만 하다가 역공을 펼칠 기회조차 놓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친윤계 중진 의원은 “외부의 적을 두고 허송세월하는 게 아닌지 걱정이 크다”며 “한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입지만 생각하는 게 아니냐는 내부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김 여사 문제를 전면에 부각시키면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단일대오가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들은 지난 4일 특검법 재표결에서 이미 4표의 이탈표가 나온 점을 지목한다. 한 중진 의원은 “친한계는 내부 이탈표가 없었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반대로 다음 재표결에서 친한계 일부가 가결표를 던지면 특검법이 그대로 통과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과 김 여사에 대한 친한계 측 공세가 과도하다는 주장도 있다. 한 친윤계 인사는 “김 여사는 국민 여론을 감안해 사실상 활동을 중단한 상태”라며 “윤 대통령이 지난 16일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 투표장에 홀로 나오고, 김 여사가 지난 21일 경찰의날 행사에 나타나지 않은 데는 다 맥락이 있다”고 설명했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