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티몬 대여금 결재란엔 대표 아닌 구영배 측근 이름만

입력 2024-10-25 01:32

1조원대 정산지연 사태를 일으킨 티메프(티몬+위메프)의 과거 자금 이동이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 측근의 결재로도 가능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구 대표는 티몬의 정산 주기를 늘릴 때도 측근과 직접 소통해 결정했는데, 검찰은 피의자들 간 책임소재를 명확히 한 후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24일 국민일보가 입수한 티몬의 단기대여금 기획품의서에 따르면 티몬은 지난해 10월 지오시스(현 큐텐테크놀로지)에 24억원을 빌려줬다. 품의서 결재란에 류광진 티몬 대표 이름은 없었고, 구 대표 측근 이시준 큐텐테크놀로지 재무본부장이 최종 승인자였다. 같은 해 11월 티몬이 10억원을 큐텐 측에 빌려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본부장은 큐텐그룹 계열사의 재무·회계 업무를 전담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팀장 이준동 부장검사)은 수사 초기부터 이 본부장을 조사해 왔다.

구 대표는 정산 주기 연장에 대해서도 이 본부장과 직접 소통했다. 이 본부장은 2022년 10월 ‘정산 기간이 긴 상품권 판매를 늘리면 캐시 플로(현금흐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취지의 메일을 보냈다. 메일 수·발신인은 구 대표와 이 본부장이었다. 류 대표는 ‘참조’로만 분류됐다. 류 대표 측 관계자는 “자금 집행이나 정산 주기 등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없는 구조였다”고 주장했다. 류화현 위메프 대표 측도 “자금 집행 등은 큐텐테크 전결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구 대표와 류광진·류화현 등 3명의 구속영장은 지난 10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구속심사에서 영장전담판사는 티메프 자금 집행 등을 다른 계열사에서 결정하는 구조가 통상적인지 의문을 표했다고 한다. 티메프 대표들의 기업집단 내 위치와 역할을 영장 기각 사유로 거론하기도 했다.

다만 이 본부장 측은 티메프 대표들도 자금 집행 상황을 알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이 본부장 측 관계자는 “재무 기능이 큐텐테크에 위탁돼 이 본부장이 티메프 재무 부서장처럼 역할을 한 것”이라며 “자금 집행 상황은 여러 형태로 공유돼 전결권자가 누구인지는 큰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검찰 관계자는 “주요 의사결정 과정의 관련자들 가담 정도를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재환 신지호 기자 j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