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北 인권, 당 정체성 문제… 韓 대표 시계는 빨리 가는 듯”

입력 2024-10-25 00:21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회의장을 방문해 의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 문제와 무관하게 특별감찰관 추천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보수의 입장에서는 북한 인권에 대한 분명한 정체성이 있는데, 그것을 포기할 정도로 가벼운 사안이냐”고 반문했다. 집권여당 대표를 향해 ‘보수의 정체성’을 되물은 것이다.

대통령실은 “한 대표의 시계는 빨리 가는 듯하다”고도 했다. 한 대표가 김건희 여사 여론 대책을 강조하지만 여당 원내지도부와 협의하지 않는 등 조급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대통령실은 “당은 당과 싸워야지 정부와 싸우는 게 아니다”고 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4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특별감찰관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 문제는 문재인정부 때부터 끌고 온 문제”라며 “지난 정부에서도 북한인권재단 이사가 선임되지 않아 현 여당이 특별감찰관 동의를 못 해줬다”고 말했다.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이 미뤄져온 것은 문재인정부가 임기 내내 특별감찰관을 두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와도 연결되는데, 이를 가볍게만 보면 곤란하다는 의미다.

북한인권재단은 2016년 9월 시행된 북한인권법에 따라 설립될 예정이었으나 국회의 이사 추천이 늦어져 8년째 출범하지 못하고 있다. 북한 주민 인권 회복을 대북정책 최우선 과제로 삼아온 윤석열정부는 국회에 여러 차례 공문을 보내 이사 추천을 요청했다. 이처럼 북한인권재단 출범은 정부 중요 정책이자 당 정체성과도 연결되는 것인데, 한 대표가 특별감찰관 도입을 강조하느라 소홀히 취급됐다는 것이 대통령실 문제의식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원내대표와도 상의되지 않았고 더불어민주당 입장도 묻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 대표는 지금 시계가 빨리 가고 있다”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1심 판결 전’을 언급하는데, 국민이나 지지자는 ‘모든 일정을 자신의 생각대로 하는가’라고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우리는 ‘벙어리 냉가슴’이 될 수밖에 없다”는 말도 나온다. 윤 대통령이 회동에서 나름대로 많은 설명을 했지만 한 대표 측의 공세로 거부 일색으로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한 대표는 이날 민주당을 향해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다시 한번 강력히 요청한다”고 했고, 대통령실은 ‘다행’이란 반응을 보였다. 한 대표는 다만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이 특별감찰관 추천의 전제조건이라는 입장은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국민 공감을 받기 어렵다”는 태도를 이어갔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