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택배, 이삿짐, 건축자재, 식품, 과일까지 직접 가서 짐을 날랐다.”
이상엽(사진)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제네시스글로벌디자인담당 부사장은 지난 23일 대구 북구 엑스코(EXCO)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미래모빌리티엑스포(DIFA)’에서 ‘고객 중심 디자인’을 주제로 진행한 기조강연에서 이렇게 말했다. 현대차 디자인 담당 임원이 대체 왜 과일을 날랐을까. 이 부사장은 “디자이너가 어떤 현장에 차가 팔리는지 모르면 차를 제대로 디자인하기 힘들다”면서 “새로운 PBV(목적기반 모빌리티) 디자인을 위해 직접 현장에 갔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을 위한 디자인’에 대한 해답은 현장에 있다고 강조했다. “미래 모빌리티로 떠오르는 PBV 국내에 40년 동안 있었다. 주인공은 우리가 잘 아는 소상공인을 위한 포터”라고 소개했다.
이 부사장을 비롯한 현대차 디자인팀과 엔지니어링팀 직원들은 디자인 힌트를 찾기 위해 실제로 현장을 찾았다. 지난해 8월 초부터 한 달 넘게 현장에 머물렀다. 그는 수직 모양의 포터의 손잡이를 ‘현장에서 시작하는 디자인’ 성과로 들었다. 인체공학적으로는 수평 문손잡이가 상식적이지만 수십년간 포터를 사용한 분들의 습관을 고려할 때는 수직이 더 편하다는 결론을 내렸던 것이다.
차 안에 머무는 시간과 경험을 고려한 디자인도 역시 현장에서 나왔다. 현대차 조사 결과 자가용 운전자가 차에 머무는 시간은 평균 2시간인데 비해 포터 운전자는 8~18시간까지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마치 ‘낚시 의자’처럼 편안한 의자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이 부사장은 현대차의 디자인 전략을 ‘체스 말’로 비유했다. 그는 “킹, 퀸, 비숍, 나이트가 각자 역할이 굉장히 다르지만, 말들이 모여 있으면 하나의 팀이 되는 전략”이라며 “역할이 다르듯 고객 각각의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할 수 있는 라인업을 고민한다”고 했다.
현대차 기조연설을 들은 DIFA 참관객들은 24일 전시관에서 다양한 차를 살펴봤다. 특히 제너럴모터스(GM)의 쉐보레 슈퍼카 ‘콜벳’ 8세대 등이 이목을 끌었다.
대구=한명오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