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부부에 대한 원색적 비방이 적힌 ‘삐라’(대남전단)가 오물풍선에 실려 대통령실 청사 일대에 뿌려졌다. 북한은 투하 지점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오물풍선에 위성항법장치(GPS)를 부착했다. 북한이 오물풍선 살포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살포 노하우를 습득하는 모양새라 풍선의 무기화, 적재물 변경을 통한 도발 등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24일 “북한이 약 20개의 쓰레기 풍선을 띄운 것으로 식별했다”며 “수도권 지역에서 10여개 낙하물이 확인됐고, 내용물은 대남전단 등”이라고 밝혔다. 합참은 내용물 분석 결과 안전에 위해가 될 만한 물질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경호처도 “이날 새벽시간대에 북한 쓰레기 풍선이 공중에서 터져 용산 청사 일대에 산개된 낙하 쓰레기를 식별했다”고 확인했다.
북한이 풍선으로 쓰레기 대신 전단을 살포한 건 처음이다. 전단에는 ‘대파값은 몰라도 되지만 핵주먹에 맞아 대파될 줄은 알아야 하리’ ‘사치와 향락의 대명사 마리 앙뚜안네뜨(앙투아네트)도 뺨칠 김건희 왕비’ 등 윤 대통령 부부를 직접 비방하는 문구가 적혔다.
합참은 “그동안 북한은 저급한 쓰레기 풍선을 보내더니 오늘은 국군통수권자를 비방하는 조잡한 수준의 전단까지 보냈다”고 비판하면서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평양 무인기 침투에 대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나 측근들이 감정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북한은 지난 5월 28일 이후 이번까지 30차례 오물 풍선을 날려보냈다. 초기에는 풍선에 오물만 담아 살포했고, 이후 타이머를 장착해 특정 시간 풍선을 태워 내용물을 공중 살포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최근에는 GPS까지 장착해 정교함을 높였다.
이날 살포된 풍선 중 절반은 수도권에 진입했고 그 가운데 몇몇은 용산 일대로 날아와 대통령실 청사와 경내에 다수 낙하물을 떨어뜨렸다. 지난 6월 2차 도발 때 720개의 풍선을 띄우고도 우리 지역에는 90여개만 진입시켰던 것과 비교하면 낙하 정확도가 크게 높아졌다는 평가다. 그동안 축적한 데이터를 통해 용산 일대 낙하를 계산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군 관계자는 “풍선 부양 장소를 수정하며 대략적인 낙하 지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이 풍선을 원하는 곳으로 날릴 기술력을 갖출 경우 무기로 활용될 우려도 커진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오물 풍선에 화학물질 등을 담아 도발 수위를 높일 수 있다고 지적해 왔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