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때보다 심하다” 시멘트업계 이중고

입력 2024-10-25 02:22

국내 시멘트 업계가 건설 경기 부진과 전기요금 인상 ‘이중고’를 맞았다. 올해 시멘트 내수 출하량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보다 더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한국시멘트협회가 발표한 ‘2024년 시멘트 수급 전망’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시멘트 내수 출하량은 3222만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698만t과 비교해 12.9% 감소했다. 올해 총출하량 전망은 4400만t으로, 이는 외환위기가 닥쳤던 1998년의 4462만t보다 낮은 수치다.

출하량 급감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시멘트의 주 사용처인 건설업 경기 부진이 지목된다. 올해 1~8월 건설 수주액은 122조원으로, 최근 3년 평균(146조원)에 미치지 못했다. 수요 감소세는 최근 더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시멘트 수요 성수기에 해당하는 3분기 출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0%가량 감소했다. 특히 9월은 감소율이 30%에 달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시멘트 재고량이 126만t까지 늘어나며 공장 가동률이 줄어들자 업체 중에는 가동을 일부 중단한 곳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가 줄수록 고정비 부담 체감이 커지다 보니, 추가로 생산 중단을 고민하는 업체들이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이 더해지며 시멘트 업체들의 부담은 가중될 전망이다. 이날부터 시멘트 업체들이 지급하는 ‘산업용(을)’ 전기요금은 1kWh당 165.8원에서 182.7원으로 10.2% 인상됐다. 업계 1위인 쌍용씨앤이의 경우 지난해 동력비로 2182억원, 아세아시멘트는 전력비로 1415억원을 지출했는데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연간 100억~200억원의 추가 부담이 예상된다. 현재 시멘트 생산 비용 중 전기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20%대에서 33% 수준까지 커진 상황이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 시멘트 가격 안정화 명목으로 중국산 수입을 검토하면서 전기요금까지 인상하는 것은 사업을 접으라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윤준식 기자 semipro@kmib.co.kr